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본회의를 제쳐두고 해외 출장을 떠났다. 사실상 '외유성 출장'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등에 따르면 곽상도·신보라·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저녁 6시45분 항공편으로 베트남 다낭으로 출국했다. 이들이 출장을 떠나던 시각, 국회는 오후 5시 40분쯤부터 본회의를 열어 80여개의 민생법안을 처리했다.


더욱이 이 날은 국회가 12월 국회의 핵심법안으로 꼽히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산업안전보건법'(김용균법)의 연내 처리를 위해 여야 간 치열한 마지막 협상을 벌였던 날이다.


특히 신보라 의원은 김용균법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 곽상도 의원은 '유치원 3법'을 다루는 교육위원회 소속이다. 교육위는 계속된 여야 협상에도 합의에 실패하자 이날 '유치원 3법'을 신속처리대상(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했다. 당시 곽 의원을 포함한 한국당 소속 교육위 의원 모두가 패스트트랙 안건 지정 투표에 반발해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곽 의원은 이날 '유치원 3법'의 쟁점을 둘러싼 협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채 공항으로 향한 셈이다.


운영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다낭 코트라 무역관 개소식 참석, 교민 애로사항 청취 등으로 30일까지 3박 4일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출장비 대부분은 운영위 예산으로 지급된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은 28일 논평에서 "본회의까지 팽개치고 갈 정도로 중요하고 급박한 일정이었는지,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는 해외 출장인지 답을 듣고 싶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 혈세로 따뜻한 휴양지로 출장을 떠난 꼴"이라며 "연말 예산 몰아쓰기로 보이는 관행적 외유성 출장도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거듭 지적하며, 한국당의 외유성 출장에 대한 각성과 사과를 촉구했다.


한편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들도 28일부터 상임위 일정을 이유로 일본으로 출국했다. 운영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 역시 28일부터 2박 3일간 일본으로 워크숍을 떠났다.


이에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국회의원 외유를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박 의원은 2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같이 밝히며 “국민에게 욕 덜 먹는 국회의원 되자”라고 호소했다. 그는 “뭘 잘했냐고 묻는다면 잘못이 제일 많은 사람 중에 내가 속한다”라며 “이제 욕 덜 먹자는 취지이지 동료 의원들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글을 열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 임기, 예결위 끝나면 원내대표단과 위원장, 간사단은 관행으로 최고의 해외여행을 떠난다. 과거의 관행이었다지만 특활비도 폐지하고 필요 경비는 당당하게 예산을 편성해서 투명하게 사용해야 한다”, “해외 출장도 관행을 따르지 말고 불필요한 외유도 폐지하자”라고 제안했다.


박 의원은 “국민에게 욕 덜 먹는 국회의원 되자고 의원들께 호소한다. 국민도 물의 일으킨 의원 기억했다가 투표하지 않으셔야 한다”라고 글을 맺었다.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외유성 출장 논란에도 이번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휴양지 다낭 행은 '아무리 떠들어도 우리는 우리대로 한다'는 의원들의 특권의식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아무리 관행이지만 현재의 경제상황이나 여러가지 정국 상황을 감안할 때 국민들이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며 박수 쳐줄 사람은 별로 없다. 국회의원은 '민심'의 대변인이다. 민심이 외면하는 정치인이 존재이유가 있을까. 그렇게 문제가 돼도 몰래 떠나려는 작태를 보면, 세상에 공짜만한 마약은 없는 것 같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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