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만에 폐원 위기를 맞은 국내 첫 여성전문병원 ‘제일병원’ 인수 컨소시엄에 배우 이영애씨가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은 최근 이씨의 최측근인 ㄱ씨를 인용, “제일병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통해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이영애 배우와 뜻을 같이하는 몇몇이 함께 병원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그는 “이영애씨 자녀가 모두 제일병원에서 태어났고, 이씨가 지금도 제일병원 부인과·소아과를 다니고 있다”며 “지난 5~6월부터 병원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왔다”고 전했다.


제일병원은 1963년 문을 연 국내 첫 산부인과 병원으로 한때 출산 전문병원으로 유명했으나 최근 몇 년 새 경영난을 겪어왔다. 지난 29일부터는 외래진료도 받지 않아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병원을 운영하는 제일의료재단 측은 운영권(이사회 구성권)을 넘기는 식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회생을 위한 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이다.


병원 관계자는 “재단 관계자 등이 참여한 회의에서 제일병원 법정관리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국내 의료법인은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없도록 의료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이사회 구성권을 넘기는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해야 한다.


앞서 동국대 등이 운영권 인수 협상에 나섰으나 부채가 1000억원이 넘어 포기했다. 병원을 인수할 주체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여러 투자자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이후 병원경영지원회사(MSO)를 설립하는 방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이사로 활동하며 친분을 쌓은 이기원 서울대 교수, 바이오·병원운영 관련 회사 등 4곳과 함께 인수를 논의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가 지분을 가진 건강식품 관련 회사를 설립했다.


이씨가 소속된 기획사 관계자는 “이영애씨는 현재 이영애행복재단을 운영하면서 다문화가정의 출산도 돕고 있다”면서 “저출산이 심각한 때 공공성을 지닌 좋은 병원을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태는 순수한 의지로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컨소시엄 관계자 ㄴ씨도 “제일병원은 이씨에게는 아이들의 고향과 같은 곳”이라며 “쌍둥이를 출산한 뒤 이 병원에 1억5000만원을 기부해 다문화가정 산모 등을 후원하며 애정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ㄴ씨는 또 “제일병원 회생이 쉽지는 않은 상황인데, 이씨가 병원 살리기 캠페인에 나설 뜻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제일병원은 여성전문병원이자 국내 난임환자들의 희망같은 곳이었다. 아기를 가지기 어려운 수많은 부부들이 제일병원의 탁월한 의술을 통해 불임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영의 어려움으로 폐업위기에 빠지면서 이곳 병원을 거쳐간 많은 난임환자들과 가족들이 안타까움을 나타내던 와중에 이 병원의 혜택을 입은 이영애씨가 병원 살리기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제일병원은 한국 산부인과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출산율마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출산 문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제 산부인과는 경영의 잣대로만 평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도 한국 산부인과의 대표병원을 살릴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봐야 할 때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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