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반 논란 등으로 시달리던 여권이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출석한 지난달 31일 국회 운영위원회가 계기가 됐다. 국회에 처음 불려나온 조 수석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김태우 수사관이 제기한 의혹을 되풀이하는 모습이 주요 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것이다. 조 수석이 전 국민 앞에서 특감반 의혹을 소명하도록 한국당이 앞장서 판을 깔아줬다는 말도 나온다.


보수야당인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1일 교통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예리하게 공격할 것처럼, 사냥개처럼 폼만 잡다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온순한 양처럼 아무 내용도 없었다”며 “겉으로만 시끄럽게 하고 내용은 타격이 없었다”고 했다.


운영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도 전날 밤 교통방송 라디오에 나와 “(한국당이) 저런 정도 주장을 가지고 상임위를 열자고 그랬나? 생각보다 너무 부실하다”면서 “‘새해는 심기일전해서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뛰게 만들어야 되는데, 언제까지 이런 정쟁의 늪에 빠져 있을 거냐’ 이런 여론이 일어날 것”이라며 여론 반전을 자신했다.


실제 국회 운영위는 한국당의 완패로 끝났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날 자정 넘어서까지 15시간 가까이 이어진 운영위에서 한국당은 임 실장과 조 수석의 ‘철벽방어’를 한 차례도 뚫지 못했다. ‘민간인을 사찰했다’ ‘공직자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여권 인사의 비리 첩보를 묵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사찰하지 않았다” “정보수집은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 다수가 임기를 채웠다” “박근혜 정권 검찰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판단했다”는 청와대 측 반박에 판판이 막혔다.


‘자책골’도 나왔다. 이만희 의원은 김정주 전 환경산업기술원 본부장이 현 정부 블랙리스트에 올라 억울하게 퇴직했다며 김 전 본부장의 음성파일을 틀었다. 하지만 김 전 본부장은 2년 임기를 채운 뒤 1년 연임까지 한 사실이 곧바로 확인됐다. 김 전 본부장이 2016년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현 한국당) 비례대표 23번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국회에 처음 출석한 조 수석은 의도치 않게 최대 수혜자로 꼽혔다. 특감반 논란을 상당 부분 소명한 것은 물론 현 정부 진보·개혁 노선의 간판 입지를 더욱 다지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이 임 실장과 조 수석만 키워줬다”(민주당 초선 의원)는 것이다. 특히 여당 의원들의 조 수석에 대한 '육탄방어'도 상당히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끼는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방패막이 역할을 했겠지만, 향후 대선구도에서 양측간의 '눈빛 교환'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끌었다.


한편 여당은 더 이상 야당 공세에 밀리지 않을 태세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많은 문제들에 대한 의문과 의혹이 해소됐고 명확해졌다”며 “국회에서 소모적인 정쟁은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어제부로 국민적 판단은 끝난 것 같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수석의 운영위 출석을 지시한 것이 묘수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처리, 야당 주장을 대승적으로 수용하는 모양새 마련, 특감반 의혹 소명 등 1석3조의 효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당은 무능한 야당이라는 사실을 새삼 입증했다. ‘고작 그것 하려고 김용균법 처리까지 연계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취임 후 첫 시험대에서 별다른 대여투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한 방이 없었다는 언론의 지적도 수긍이 간다”며 “좀 더 숙성시켜서 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나경원 원내대표의 경우 당 안팎에서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민간인 사찰 의혹'이라는 가장 강력하고도 흥미있는 대여 공격 소재를 너무 아깝게 차버렸다는 것이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김태우 수사관에 대한 팩트 공방도 중요하지만 청와대 조직 관리 실패 등 전선을 좀 더 확장시켜 문재인 정부 전체의 중간평가와 함께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 국민 관심을 돌렸으면 어땠을까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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