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마로우, 투마로우, 내일을 기다려, 내 꿈을 펼칠 거야"


2일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회관. 문재인 대통령이 흐뭇한 미소로 어린이 합창단의 노래를 감상했다. 뮤지컬 '애니'의 주제곡 격인 '내일'(Tomorrow)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회장, 최태원 SK그룹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등 4대그룹 총수도 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이 공연을 감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치권과 정부, 경제계 등 각계를 대표한 300여명을 초청, '더! 잘사는·안전한·평화로운 대한민국'을 주제로 2019년 신년회를 열고 새해 새로운 희망을 다짐했다. 오전 11시부터 열린 행사 헤드 테이블에는 문 대통령과 함께 문희상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재소장, 이낙연 총리,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 박용만 상공회의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임종석 비서실장이 착석했다.


6번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재계 총수들에게 관심이 쏠렸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 이재용 부회장, 구광모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앉았다.


세대교체를 마친 이들 4대 그룹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넷 중 정의선 부회장을 뺀 세 사람은 9월 평양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문 대통령과 동행한 각별한 인연도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정 부회장은 아무 말 없이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뒤이어 입장한 이재용 부회장은 기자들이 신년 구상을 묻자 밝은 표정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했다. 구광모 회장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 부회장, 구 회장, 정 부회장, 김영주 무역협회장 등은 악수를 나누고 자리에 앉은 뒤 밝은 표정으로 가볍게 대화를 나눴다. 뒤이어 최태원 회장, 손경식 회장 등이 합류했다. 참석자들이 올 때마다 미리 앉은 총수들은 일어서서 악수를 나누며 인사했다. 다른 테이블의 참석자들도 이 6번 테이블로 찾아와 인사를 나눴다.



▲ 지난해 인도 삼성전자 행사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90도 폴더인사를 하는 이재용 부회장.



문 대통령은 재계의 신년회에 참석하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통령이 재계 신년회 대신, 직접 신년회를 주최한 것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단 주요 경제단체와 대기업 총수들을 초대한 것은 경제우선이란 새해 메시지와 직결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제의 역동성 살리기를 새해 국정기조의 최우선에 놓았다. 이번에도 전경련은 초대받지 못했다.


대통령 주최의 신년회를 중기중앙회에서 개최한 것도 처음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과거 대통령이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사례(2016년)만 있다.


새해에 경제정책을 강조하되, 대기업에 쏠리는 인상을 주지 않고 중소·중견기업의 역할도 부각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장소선정에 대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특히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라고 밝혀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 군 지휘관, 자치단체(지방정부), 시도교육감 등도 참석했다. 2018년 국민들에게 감동과 용기를 준 인물들의 새해 소망을 들은 영상물도 시청했다. 베트남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축구감독도 포함됐다. 새해를 맞이한 의미로 복주머니 떡국이 테이블에 올랐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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