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5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놓은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이 사실상 백지화된 것을 한목소리로 비판하며 문재인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청와대는 전날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 자문위원 등 전문가들이 역사성, 보안, 비용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설명하고 '대통령집무실 광화문 이전' 공약 이행이 보류됐다고 알렸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이날 오전 발표한 논평에서 "'말만 번지르르' 정권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정부의 공약은 선거 때만 말이 되는 공약인가"라며 "현실성 없는 거짓 공약으로 국민을 우롱한 문재인정부는 국민께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유홍준 자문위원이 전날 "문 대통령이 공약을 발표할 때는 실무적 검토를 했다기보다 소통 강화라는 이념적 취지였던 것 같다"고 발언한 데 대해선 "감쌀 수 있는 것을 감싸라. 표만 얻으면 된다는 생각에 국민을 상대로 속임수를 썼다고 말하는 편이 낫겠다"며 "더이상 즉흥적인 포퓰리즘에 근거한 약속은 남발하지 마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전날 저녁에 낸 논평에서 "대통령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는 대국민 공약을 철회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은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수석대변인은 또 "대선 공약으로 효과는 다 보고 국민과의 약속은 휴지통에 내던진 것으로, 정치적 도의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5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였던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이 사실상 백지화된 것을 놓고 야당이 일제히 비판하자 "이전 보류, 현실성 고려한 결정으로 야당으로부터 비판받을 사안이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조승현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어제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 시대위원장이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을 보류하고 장기적 사업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밝혔다. 대신, 개방과 소통의 취지는 청와대 개방 확대를 통해 달성키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역사성·보안·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를 존중하며, 우리 경제가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박차를 가하는 시점에서 운용의 묘를 발휘한 결정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또 "'광화문 대통령' 공약의 취지는 '국민과의 소통'과 '청와대 개방'이었다"며 "문재인 정부가 그 어떤 정부보다 국민께 한 걸음 더 다가가고 국민과 더 많이 소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모든 대통령 후보가 똑같이 약속했던 '최저 임금 1만원'을 이행하려는 노력에는 '현실 무시하고 공약 지키려 한다'고 비판하더니, 비용 등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보류한 것에도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모든 이슈를 정치공세로 일관하는 야당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며 "적어도 4대강 사업처럼 잘못된 정책을 고집부리거나 꼼수로 추진했던 야당,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중요한 정책을 정략적으로 이용했던 야당으로부터 비판당할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여당의 이런 시각과 논평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광화문 집무실 이전 공약은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 시대'를 연다며 내놓은 핵심공약이었다. 특히 '국민과 함께'라는 문 대통령의 이념과 통치철학이 담긴 것이 바로 광화문 집무실 이전이었다. 상징적인 공약인 동시에 실용적인 접근법이기도 했다. 권위주의에서 탈피하자는 의도도 보태졌다.


하지만 보안과 예산 등의 이유로 이 공약은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촛불정신을 승화한 문재인 대통령이야말로 이전 정권과는 다른 점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광화문으로 과감하게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구상도 패기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공약은 지켜지지 않게 됐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이유를 보면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야당의 비판성명에 대해 여권이 내놓은 '맞받아치기'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해명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야권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1차적 스탠스다. 핵심공약을 어긴 것에 대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첫번째 보여야 할 자세다.


광화문 집무실 이전 공약은 단순한 업무공간의 효율성을 고려한 약속이 아니었다. 구중궁궐 청와대에서 은밀하게 국정농단을 일삼던 최순실과 박근혜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상징적 약속이었다. 광화문이라는 열린 광장으로 나와 국정운영을 투명하게 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었다. 이는 문재인 정권 출범의 원동력이었던 촛불정신의 토대 위에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 뜻 받들기 첫번째 공약이었다. 그런 공약이 무산된 것에 대한 여권과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설명이 선결 포인트였다.


하지만 여권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4대강 사업이나 행정수도 이전 흔들기 등의 예를 들며 '동격화'하는 것은 억지사례를 끌어들인 치졸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수만가지 이유로 광화문 집무실 이전이 무산되었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 후보의 핵심 공약이, 몇 분 간의 성명 발표로 날아가 버리고 그것을 비판하는 야당에 대해 '정치공세'라고 적반하장 식 대응을 하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도 오만하고 고압적인 자세에 불과하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강조해온 '국민과 함께 낮은 자세로'의 가치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아마 내일쯤 여권의 또 다른 소식통이 '모든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는 반성문 성격의 입장 표명이 다시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여권의 오만함이 조용히 지켜보는 다수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저작권자 © 피처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