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안 한다고 하면 할수록 몸값이 치솟는 역설, ‘유시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7일 차기 대권 출마설에 대해 “그렇게 무거운 책임을 안 맡고 싶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여권 내 다른 차기 대권주자들의 매력이 부각되지 않고 있어 유 이사장에 대한 지지층의 열광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유 이사장은 7일 유튜브 방송 ‘고칠레오’를 통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이 곤혹스럽다”며 “하지도 않을 사람을 여론조사에 넣어 정치를 희화화하고 여론 형성 과정을 왜곡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또 “2년 뒤 출마 요구가 있다면 ‘칭병’(병 핑계)이라도 해서 피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의 말은 못 믿는다지만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며 “이사장 임무를 완수한 뒤 낚시터에 앉아 있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취임하면서도 “임명직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내 인생에 다시는 없을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었다.


유 이사장이 ‘고칠레오’를 통해 정계 복귀 의사가 없음을 재차 강조한 것은 각종 신년 여론조사에서 유력 대선후보로 꼽혔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어서다. MBC방송 조사에서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유시민 현상을 ‘대권주자’를 향한 열광이라기보다 문재인정부를 철통 방어하는 ‘투사’이기 때문에 환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유 이사장의 인기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연동돼 있다”며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친문 지지층의 걱정이 커졌는데, 유 이사장이 나서서 정면으로 방어해 주니까 지지층에서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의 인기는 문 대통령의 파트너 격인 이낙연 국무총리의 지지율이 의외로 높게 나타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해석은 유 이사장이 실제로 정치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으로 연결된다. 한 중진 의원은 “유 이사장은 ‘안 한다면 안 하는 사람’이다. 정치를 다시 하진 않을 것”이라며 “여권 지지층도 다음 대선주자가 필요하다는 정서가 아니다. 야당에 끌려가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있었는데 유 이사장이 공격적인 논객으로 활동해 주니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유 이사장은 속마음으로도 정치를 안 하고 싶겠지만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출마 요구 흐름이 견고해지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후보 시절이던 2017년 1월 유 이사장을 향해 “언젠가는 운명처럼 정치가 다시 유시민 작가를 부를 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유 이사장이 진보 진영의 강력한 ‘스피커’로 활약하는 동시에 잠재적인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기존 이 총리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 더해 유 이사장까지 등장하면서 지지층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유 이사장이 정계를 은퇴한 지 6년이 다 돼 가고, 민주당 소속이 아님에도 여권 지지층이 열광하는 것은 결국 기존 주자들 가운데 지지층을 만족시킬 만한 사람이 없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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