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여성의 신체를 휴대전화로 몰래 불법 촬영한 사실이 드러나 유죄 판결을 받고 법복도 벗은 전직 판사가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등록심사위원회에서 전직 판사 ㄱ씨의 변호사 등록 신청에 대해 논의한 결과, 위원 9명 중 7명이 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 부결됐다고 8일 밝혔다. 자유한국당 소속 현직 국회의원의 아들로 알려진 ㄱ씨는 서울동부지법 판사이던 2017년 7월17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열차 안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신체를 3회 몰래 촬영하다가 주위에 있던 시민 신고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검찰은 ㄱ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벌금 300만원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후 ㄱ씨에 대해 품위 손상 등을 이유로 감봉 4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ㄱ씨는 사표를 제출해 사직 처리됐다.


변호사법이 규정한 결격 사유는 제한적이다.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사람의 경우 형의 집행이 끝난 뒤 5년간, 탄핵이나 징계처분에 의해 파면된 뒤 5년간,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간만 등록할 수 없다. ㄱ씨처럼 벌금형이나 감봉 징계 정도로는 변호사 등록 신청을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에 대해 변호사 결격 사유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판사라는 직업은 법을 다루는 것이다. 그 자신이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가장 깨끗해야 한다. 다른 어떤 직업보다 법에 대해서만큼은 엄정한 잣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 대한변협이 '임의적으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서 변호사 개업의 길을 열어준 것은 법조계가 오랫동안 유지해 오고 있는 기득권적 관행이다. 특히 문제의 판사는 야당의 모 중진 의원의 아들이다. 사회지도층의 특권의식은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 같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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