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YTN 뉴스 캡처



황교안 전 국무총리(62)가 조만간 자유한국당에 입당하기로 했다. 사실상 오는 2월 말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황 전 총리를 중심으로 친박근혜계가 결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황 전 총리는 11일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입당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경향신문에 “김 위원장에게 확인한 결과, 오늘 황 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입당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입당 시기는 당과 협의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황 전 총리는 이르면 다음주초 입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사무총장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전당대회 출마 얘기는 없었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황 전 총리가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격 입당을 결정한 것은 사실상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홍준표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잠재적 당권 주자들이 왕성한 활동을 보이면서 황 전 총리의 결심을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황 전 총리가 움직이면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구심을 잃은 친박계가 결집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계 일부 의원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황 전 총리와 비공개 모임을 갖고 입당 및 당권 도전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황 전 총리는 지난해 9월 책 <황교안의 답 - 황교안, 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를 열면서 공개 행보를 재개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특별강연을 통해 지지자들과 소통해왔다.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쓴 신년사에선 “나라의 근간이 무너진다는 우려가 크다”고 했다. 지난 5일엔 ‘광화문 대통령’ 공약 보류를 들어 “명백한 대국민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입문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상존한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해 “박근혜 국정농단의 실질적 책임이 있는 종범 수준”이라며 정치를 하기 전 대국민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12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설마가 사실로 나타날 때 우리를 슬프게도 한다. 법적 책임은 피해갔다고 할망정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실로 국민과 역사 앞에 막중하다”며 이 같이 적었다.


또한 박 의원은 “그가 정치를 한다는 것은 그가 선택할 문제이나 최소한 그의 처절한 반성과 대국민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시대착오적인 친박(친박근혜) TK(대구·경북)의 지원을 받아 한국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다는 보도에는 그의 인격도 의심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도리가 그에게 필요하다”고 썼다.


박 의원이 지적한 것은 황 전 총리의 국정농단에 대한 도의적 책임이다. 총리는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인사인 동시에 내각을 통할하는 2인자 자리다. 대통령 권한이 막강해 청와대의 하수인이라는 성격도 있지만 국정 전반에 대한 조율과 관리를 대통령의 뜻에 따라 실행하는 중요한 직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것으로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이 끝났다고 할 수 없다. 황 전 총리 또한 최순실과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전횡을 암묵적으로 알았지만 전혀 문제의식을 제기하지 않고 오히려 동조했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그는 당권-대권 도전을 노릴 것이 아니라, 국정농단 사태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숙해야 한다.


황 전 총리는 또한 여론조사 지지율과 태극기 부대가 띄운 반쪽의 정치인일 뿐이다. 그의 부상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여론조사 지지율의 중요성을 잘 아는 태극기 부대의 적극적인 여론조사 응대와도 관련이 있다. 자유한국당 대권후보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태극기 부대 한쪽만의 날개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황 전 총리가 나머지 반쪽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행보를 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그의 당권 도전은 다분히 태극기 부대의 지분을 등에 업은 정략적인 판단일 뿐이다. 한줌만한 세력이라도 있으면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것이 꽃길만 걸어온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정치 입문 방식이다. 고건 전 총리가 명확한 예다. 신기루같은 여론조사 지지율만 믿고 정치판에 뛰어든 그는 한때 대선판을 휘어잡았다. 하지만 부나방같은 측근들의 감언이설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그는 스스로 정치은퇴의 길을 택했다. 황 전 총리가 고건 전 총리보다 국정운영 경험, 정치력, 대중 친화도 모든 면에서 나은 점이 별로 없어보인다.


황 전 총리처럼 지지율 몇번 조사로 갑자기 뜬 경우의 정치 입문 사례는 반드시 실패로 귀결된다. 그간의 국민 선택이 이를 방증한다. 대권 당권 도전은 대박을 노리는 로또가 아니다. 현재 국민들이 야당 지도자들로부터 무엇을 원하는지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황 전 총리의 당권-대권 도전은 감흥도 없고 명분도 없고, 무엇보다 실력도 없는 3무의 태극춤일 뿐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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