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 장면.



책이 가득한 서재에서 주민들에게 다가갔다. 편안해 보이는 소파에 앉아서 새해 포부를 밝혔다. 그의 앞에는 두 갈래 길이 있음을 스스로도 안다. 두 갈래 길 모두 가보지 못한 길이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미국에 대해 이런 저런 제안을 내놓은 적이 있지만 끝을 보지는 못했다. 


김정은은 끝을 볼 수 있을까? 


‘김정은의 인생극장’ 선택 ① “이참에 핵을 포기해 버릴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1월 1일 신년사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육성으로 언급했다.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북한 권력 엘리트와 북 주민들도 볼 수 있도록 생생하게 전파를 탔다.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입니다.” 


김정은이 자신의 입으로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건 일단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미국이 내세우는 ‘완전하고 최종적인’ 비핵화(FFVD)라는 요구와 유사한 탓에 김정은의 의중이 미국의 FFVD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정은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양국 관계를 극적으로 전환시키고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 자신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불미스러운 과거사를 하루빨리 매듭짓고 새로운 관계 수립을 향해 나아갈 용의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재회하기를 기대했다.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김정은이 2018년 야심차게 선언한 ‘책임 있는 핵 강국’이라는 표현도 2019년 신년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같은 레토릭만 놓고 보면 김정은이 비핵화의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전망을 품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 2018년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 장면.



'김정은의 인생극장' 선택 ② “이참에 핵보유를 인정받아버릴까?”


하지만 정반대의 분석도 존재한다.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이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전제를 깔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한반도 긴장의 근원이라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미국 핵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중단하라는 요구이다. 쉽게 말해 미국의 핵우산도 철폐되어야 자신들도 비핵화를 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바꿔 말하면 미국 핵우산이 있는 한 자신들의 핵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더구나 김정은이 ‘핵무기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86년 북한이 밝힌 조선반도 비핵 평화지대 제안과 91년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보다 후퇴한 표현이다. 


86년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평화지대를 언급하면서 ‘핵무기의 시험과 생산, 저장과 반입을 하지 않을 것’을 제안했으며 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엔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 배비(配備)·사용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김정은 신년사에는 ‘핵무기의 보유와 저장, 배비를 않겠다’는 문구는 빠져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이미 개발한 핵무기는 그대로 가지고 있겠다는 논리가 가능한 것이다. 





또 북한은 자신들의 핵 동결과 비확산 조치에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와 상응하는 실천 행동으로 화답하라며, 미국이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자신들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같은 레토릭들은 비록 앞서 언급한 핵 강국이라는 표현은 없지만 행간에서, 그리고 우회적인 표현에서 자신들이 핵 국가임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비핵화와 핵보유라는 양 갈래 길을 두 손에 들고 선택을 기다리는 김정은. 때마침 폼페이오 장관이 “궁극적으로는 미국민의 안전이 목표”라고 말해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북한 핵의 비확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일고 있는 게 현 단계 한반도 정세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베트남에서 열릴 게 유력하다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시기는 2월 설 전후에서 2월 말까지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완전한 비핵화냐 핵 보유이냐 김정은의 인생극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대첩이 이제 다시 시작이다.



김연/통일전문기자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저작권자 © 피처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