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투병 등의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한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인지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17일 한겨레는 지난해 11월 전 전 대통령이 골프를 친 것으로 전해진 강원도 모 골프장 직원의 말을 인용해 전 전 대통령이 골프 스코어를 암산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보도했다.

이 골프장 캐디 A씨는 “전 전 대통령을 직접 수행한 캐디로부터 들은 말”이라며 “스코어를 틀릴 뻔했는데 전 전 대통령이 직접 세서 편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비슷한 시기 같은 골프장에서 근무한 또 다른 캐디 B씨는 “골프장 직원이 ‘전 전 대통령은 정신력도 아주 좋으시다’고 얘기해주더라. 타수도 다 스스로 센다고”라고 말했다. B씨는 또 “하다못해 캐디도 스코어를 정확히 센다고 노력해서 세는데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런데 골프를 치면서 본인 스코어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건, 기억력이 굉장히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클럽을 다 기억한다는 얘기도 골프장 직원으로부터 들었다”라고도 전했다.

또 전 전 대통령이 해당 골프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직원 A씨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보통 매달 첫째 주 목요일에 온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최근 전 전 대통령이 이순자 여사와 함께 골프 치는 모습이 목격된 지난달 6일도 첫째 주 목요일이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전 전 대통령이 오는 날만 단체 카톡방에 ‘오늘 너무 돌아다니지 말고 용모를 단정히 하라’는 공지가 올라온다”며 “다른 VIP 인사가 올 때는 이런 공지가 올라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회사에 충성심이 있고 경력이 오래된 캐디만 전 전 대통령을 수행할 수 있어서 (자신은) 함께 경기를 나가본 건 아니지만, 전 전 대통령 앞 팀이나뒤 팀에서 게임을 할 때 두세 번 봤다”며 “카트를 타고 다니지도 않고 걷는 걸 좋아해파5홀 같은 곳도 카트 놓고 걸어 다니더라”고 목격담을 전했다.

최근 전 전 대통령 측은 광주에서 전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에 불출석하면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전 대통령 측 민정기 전 비서관은 “돌아서면 잊어버리신다. 하루에 이를 열 번 닦으실 정도”라며 이같이 전했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이 골프장에서 목격됐을 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골프장을 방문해 신체 활동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알츠하이머 주장은 거짓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전 대통령 측 민 전 비서관은 “알츠하이머라는 게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집에 누워 계시는 병은 아니니까, 일상생활과 신체 활동은 얼마든지 정상적으로 하신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에 낸 『전두환 회고록』에서 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5월 3일 불구속 기소됐다.

광주지법은 지난해 8월 27일 첫 재판을 열었으나 전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 증상 악화를 이유로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 7일 열린 두 번째 재판도 마찬가지였다.





한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17일 중증 알츠하이머병을 이유로 지난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재판 출석을 거부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그 해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광주 등 호남 지역을 정치 기반으로 삼고 있는 민주평화당은 전 전 대통령의 행위를 강하게 질타하며 법원에 강제구인 등 단호한 조치를 거듭 촉구했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 전 대통령이 작년 여름 골프장에서 목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당시 전씨는 와병을 이유로 광주에서 열린 재판 출석을 거부했는데 거짓말이라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렇게 거짓말을 하면서 역사의 법정에 서길 거부한 전씨의 파렴치한 행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법원은 전씨 경호팀에 당시 일정을 확인해 골프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최경환 원내대변인도 "전씨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라며 "인정과 사정을 주지 말고 단호하게 강제구인해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천정배 의원이 발의한 '전두환 등 헌정질서파괴자 국립묘지 안장금지 특별법'의 통과를 촉구했다.


그는 "헌정질서를 파괴하고도 추징금을 내지 않으려고 재산을 빼돌려서 호의호식하고, 골프를 치면서 재판에 불출석해 사법부와 국민을 한껏 농락하는 자가 국립묘지에 묻혀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상무위원회의에서 "방금 한 일도 기억 못해서 하루에 10번씩 양치질을 한다고 주장하는 전씨가 골프를 쳤다는 것은 세계 의학계에 기적의 사례로 보고돼야 할 일"이라며 "한 마디로 기가 찰 노릇"이라고 했다.


이어 "이 사안만 봐도 전씨의 와병 주장은 재판을 피하기 위한 명백한 술수라는 것이 확실하다"며 "광주 시민은 물론 법원을 우롱하는 행태를 이대로 둬선 안 된다. 법원은 전씨 골프장 출입 사실을 확인해 강제구인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최석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불편한 신체와 29만원 밖에 없는 경제난 속에서도 필드에 나선 열정과 골프에 대한 애정에 박수를 보낸다"며 "그런 의미로 박세리 선수가 맨발로 골프를 쳤을 때 나오던 노래를 바친다"고 풍자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은 이종철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국민에게 이해를 구해도 모자란데 심지어 국민을 기만해선 안 된다"며 "평생을 고통 속에 사는 피해자와 유족들의 피눈물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일침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에서 "법원 대신 골프장을 찾은 전 전 대통령의 후안무치함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당은 이와 관련한 언급과 논평을 일절 내놓지 않았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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