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56)가 18일 TBS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어준 진행자와 방송 내내 신경전을 벌였다.


나 원내대표와 김 진행자는 방송 초반부터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진행자가 “오랫동안 고정 출연 하시다가 당선 이후에 발길을 끊은 분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 오랜만에, 그것도 잠깐 나오셨다”고 나 원내대표를 소개했다. 그러자 나 원내대표가 “제가 굉장히 바빴는데 김어준 공장장님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오늘 나왔다”고 답했다. 김 진행자는 “하지만 그 약속을 한 달 가까이 지키지 않았다”고 받았다.


이어 김 진행자가 수면이 부족하다는 나 원내대표를 향해 “피부는 괜찮으신데, 언론에서 ‘친박이 밀어줘서 됐다’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죠?”라고 물었다. 나 원내대표는 “뭘 갑자기 또 친박이냐”고 답했다. 이어 친박의 지원으로 나 원내대표가 당선됐는지를 두고 말을 주고 받다가 나 원내대표는 “결국은 오랜만에 나왔는데 또 디스를 하느냐”고 말했다.


두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선 설전을 벌였다. 김 진행자가 “(김정숙 여사와 손혜원 의원이) 동창인 거하고 이 사안하고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고 나 원내대표는 “저는 이게 일단은 1100억 원이라는 예산이 투입될 정도로 막강한 힘, 초선 의원이 정말 이런 막강한 힘을 가졌다는 것은 친하기 때문에 막강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김 진행자가 “그런데 여기에 김정숙 여사가 왜 등장하는 거죠? 사익에 김정숙 여사의 이익도 같이 들어 있습니까?”라고 묻자 나 원내대표는 “저희가 말씀드리는 것은 일반적인 국회의원들의 비리라면 권력형 비리라고 할 텐데 친한 분이 하신 거니까 초권력형 비리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냐, 이런 말씀”이라고 답했다.


논쟁이 이어지다 김 진행자는 “그 뉘앙스는 김정숙 여사의 영향력이 들어갔다는…”이라고 말하자 나 원내대표는 “자꾸 그렇게 (말하느냐)”고 반응했다. 이어 김 진행자가 “진상조위를 하자는 거냐”고 묻자 나 원내대표는 “아니, 자꾸 말 만들지 마시라. 일단 국회에서 해당 상임위에서부터 한번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여당이 국회를 열지를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다 김 진행자가 “손혜원 의원하고 각을 세우실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나 원내대표는 “자꾸 그렇게 유도하시고 그러니까 편파 방송이라는 이야기를 듣죠. 저는 원내대표로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김 진행자는 “의원님도 실컷 주장하신 것 아니냐”고 했고 나 원내대표는 “제가 원내대표로서 이야기하는 건데 자꾸 그렇게 편파 방송 하시면 이제 안 나온다. 의리상 나왔는데. 앞으로 저희 조금 이제 공정하게 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진행자는 이어 “대표님의 주장도 일방적인 주장이다”라고 했다.


그래도 다음에 인터뷰에 나와 달라는 김 진행자의 말에 나 원내대표는 “제가 인터뷰에 나갈 시간이 없다. 굉장히 바쁘다. 그래서 사실은 정말 라디오 인터뷰를 거의 못 했다”며 “그래서 우리 김어준 공장장님하고의 약속을 지키려고 나왔는데. 이제 tbs도 방송의 좋은 프로그램인데 공정성을 지켜 주시지 않으면…”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우리 김어준 공장장님께서 앞으로 이제는…. 항상 야성을 유지하셨지 않느냐. 저희 당에게 조금 더 편파적으로 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진행자는 “똑같은 기회를 드린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나오셔서 저랑 이렇게 주고받는 인터뷰를. 다른 데는 가지 마시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여기 나가면 저 손해라고 자꾸 그래서 안 나온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설전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김어준 진행자는 '나꼼수' 이래 여권에 우호적인 방송인이다. 나경원 의원은 대변인 등을 거치며 언론을 잘 아는 정치인이다. 이전의 김어준 진행자 방송 출연은 개인 자격이었지만 이날은 그가 제 1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처음 나온 자리다. 본인으로서는 야당의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다는 책임감이 평소보다 당연히 더 했을 것이다.


김 진행자의 공격적인 질문 스타일은 이미 정치권에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진행하는 방송에 출연할 때 제 1 원칙이 말 조심이다. '낚시성' 질문에 걸려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진행자도 이날 나 원내대표로부터 정치적인 무게가 있는 답변을 유도하기 위해 다소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 또한 야당의 대표선수라는 책임감 때문인지 평소라면 넘어갈 질문도 그 의도와 편파성을 두고 항의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관전자 입장에서는 양측간의 입심 대결 자체가 아슬아슬 외줄타기를 하는 것같은 긴장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유력 방송인을 자임하는 김어준 진행자가 이제는 예전의 '야성'을 회복해 권력의 편보다 '국민'(일부 국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의 입장에서 일말의 의혹이라도 의심될 만한 것이 있으면 그런 쪽으로도 질문을 하는 시각의 확대가 좀 필요해 보인다.


김어준은 이미 권력을 가진 방송인이다. 그가 진행하는 방송에 출연한 여당의 한 중진의원에게서 들은 말이 있다. 김어준 진행자는 담배를 즐긴다. 방송이 끝나고 출연자들을 배웅할 때 1층(교통방송 사옥)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실은 담배를 피기 위해서다. 그 중진 의원은 김어준 진행자와 같이 가지 않는 정치인을 향해 "김 총수가 담배피자고 하는 걸 거절하면 안 된다"는 농담성 얘기를 했다. 웬만한 여당 중진과도 '맞담배'를 하는 김어준의 위상은, 그 의원의 뼈 있는 농담 속에 그대로 녹아들어가 있다.


힘이 있으면 균형이 잘 잡히지 않는다. 한쪽으로 쏠리기 마련이다. 골프에서도 힘 빼고 쳐야 멀리나간다고 한다. 힘을 빼야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부디 그 힘은 김어준이 신봉하는 '팩트'였으면 좋겠다. 한 방송인의 호 불호에 좌우되지 않는, 팩트의 힘이었으면 좋겠다.


'힘 빼라'는 말은, 힘 있는 자가 한번쯤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담배 하나 가지고 뭘 그리 정색을 하고 덤비냐는 사람들은 이 말이 잘 들리지 않겠지만.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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