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화면 캡처



지난 15일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 과정에 의문이 제기된 뒤 5일 동안 대규모 투기 의혹, 차명거래 의혹이 잇따라 불거졌다. 특히 해당 지역은 손 의원의 부동산 매입 시기를 전후해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활성화 사업과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 대규모 예산 투입이 결정됐는데, 이 과정에서 손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여당 간사로서 영향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손 의원이 공개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의혹이 누적되면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일단 처음 의혹이 제기된 것은 손 의원의 가족과 지인들이 매입한 9건의 부동산이었다. 손 의원의 조카, 남편의 재단, 보좌관의 남편 등이 2017년 3월 이후 매입한 부동산이다. 이후 손 의원 측 인사들이 매입한 부동산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부동산의 규모’에 관심이 쏠렸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모두 20여건이다.


손 의원은 “부동산 규모는 전체 300평 남짓”이라며 “서울에 있는 나전칠기박물관을 이전하기 위해 부지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남 통영에도 손 의원이 매입한 부동산이 있는데, 이 역시 박물관 이전 부지를 위해 검토했던 곳이라는 게 손 의원 측 주장이다.


‘차명거래’와 ‘대출’ 등 투기를 의심할 만한 수상한 정황도 나왔다. 손 의원의 조카를 포함해 3명이 게스트하우스로 개조된 창성장 건물을 공동 매입했는데, 이 조카가 언론 인터뷰에서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조카의 아버지이자 손 의원의 남동생이 “아내가 아들의 인감도장을 넘겨줬다”고 하면서 차명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손 의원은 “남동생과 10년째 교류가 없다. 집안의 어두운 그림자라 말 안하고 싶다”며 구체적인 설명은 피했다. 다만 “차명이면 전 재산을 국고에 환원하겠다”며 결백하다고 밝혔다. 또 조카에게 건물 매입비용을 전달하면서 증여세까지 낸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손 의원이 본인 명의로 대출받은 11억원 중 7억1000만원은 남편 명의의 재단에 기부된 다음 부동산 매입 자금으로 쓰였다. 문화재 보존을 위해 대출까지 받은 게 수상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해 손 의원 측은 “서울에 있는 손 의원 소유의 건물을 팔려고 내놨고, 팔리면 변제받을 계획으로 대출을 받았다. 투기 목적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이어 “대출금을 재단에 기부한 것은 오히려 사적 재산을 공공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의원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일하는 학예사를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입시킬 것을 요구했다는 내용의 인사 청탁 의혹도 있다. 이 학예사는 손 의원과 친분이 있는 나전칠기 장인의 딸이다. 하지만 손 의원은 “내부 전문가를 활용하자는 제안을 한 것”이라며 “인사 청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의혹이 연일 이어지면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목포를 지역구로 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논란 초기인 지난 16일 “저는 손 의원의 부동산 매입을 투기로 보지 않는다고 확신한다”며 공개적으로 손 의원을 두둔했다. 하지만 19일 돌연 입장을 바꿨다. 박 의원은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는다. 저도 속고 모두가 속았다”며 “이제라도 이실직고하고 당당하게 검찰 조사를 받으라”고 했다.


손 의원은 여전히 투기 목적이 없었고 문화재 보존을 위한 일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투기 의혹을 제기한 배후 세력으로 건설업계를 의심하고 있다. 목포의 문화유산을 허물고 재개발에 나서려는 건설업계가 문화재 보존 운동을 하는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음모론을 펼친다는 주장이다. 손 의원은 중흥건설 등 건설업체와 재건축 조합을 거론하며 “같이 검찰 조사에 응하자”고 요구했다.



▲ 목포 창성장.



목포 부동산 투기 논란의 중심에 섰던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20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또 SBS를 포함해 다른 언론사 기사에 대해서는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으로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손 의원은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온 국민을 의미 없는 소모전으로 몰아갈 수 없다고 생각"이라며 탈당을 공식화했다. 이어 "SBS에 이어 다른 언론까지 나서서 왜곡보도로 공격하고 당정을 끌어들이는 상황을 보면서 이 자리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당에 부담을 주지 않고, 제 관련 문제이고 제 인생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해결하겠다. (탈당을) 허락해주지 않으면 혼자 나가서 (탈당을) 선언하겠다고 강력하게 말해 이 자리가 마련됐다"고 부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함께 했다. 홍 원내대표는 "손 의원이 당적을 내려놓겠다는 문제에 대해 만류를 많이 해왔다"며 "그럼에도 손 의원이 당에 더이상 누를 끼치면 안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혀와 이날 기자히견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먼저 목포 부동산을 매입한 경위에 대해 해명했다.


손 의원은 "2017년 3월 문재인 대통령 당시 후보를 돕기 위해 정책간담회를 계기로 목포에 처음 내려갔다"며 "간담회 근처에서 가슴이 떨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이런 집들(적산가옥)이 헐어 있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채로 남아있는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도 콘텐츠가 남아 있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시작된다면, 그 동력으로 도시재생은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재단이나 박물관, 공공재를 활용한 문화시설들이 들어와서 지역을 살린 예는 수없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기막힌 게 우리나라 지방에서 풍광 좋고 강과 바닷가 근처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획일적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지방인구는 늘고 청년은 찾아볼 수 있는데, 왜 30년 만에 다시 짓고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손 의원은 "다리를 놓고 아파트를 짓는 일만이 SOC(사회간접자본)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국민 예산을 쓰는 게 고작"이라며 "역사가 살아있는 곳들이 더 사라지기 전에 제가 발견한 곳이 목포"라고 했다.


손혜원 의원은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처음 제기한 SBS에 대해서는 "SBS가 저 한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며 "SBS를 고발한다.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 제가 걸 수 있는 모든 이유를 걸겠다"며 "제 의원 직위와 개인 명예를 위해 고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 '여의도 문법'에 맞게 대처한다면 살짝 고개를 숙이고 간사 자리만 내놓고 사임위원회를 옮겨서 조용히 잠잠해질 때를 기다리는 게 맞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다. 제가 0.001%라도 SBS와 다른 언론들이 하는 이야기에 관련이 있다면, 검찰 조사를 통해 그런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 자리에서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BS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사들의 기사 200여건도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다음주 초쯤 고소할 것"이라며 "인생을 걸고, 모든 것들을 깨끗히 밝히고 제자리 돌아오겠다"고 덧붙였다.


손 의원은 또 다음 국회의원 선거 출마와 관련해 "저는 출마하지 않는다. 백번쯤 말했다"며 "의원이 된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어주려고, 정권을 바꾸려고 된 것이지 정치인이 되려는 게 아니었다"고 했다.


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가세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에 대해 "저는 박 의원과 목포 바닷가 자리에 고층 아파트 건설 계획에 관련된 분들도 할 수만 있다면 함께 검찰조사를 받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목포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저는 안 나온다. 하지만 더 이상 국민들이 보고싶어 하지 않는 배신의 아이콘이면서 노회한 정치인을 물리치는 방법이 있다면, 박지원 의원을 상대할 그럴 정치인이 눈에 띈다면 제가 그분을 돕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손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직을 내려놓고 다른 상임위로 옮긴다고 밝혔다. 또 마지막까지 자신을 믿어준 당과 당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고, 지역구민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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