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던 80대 노모와 50대 딸이 함께 숨진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22일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한 주택 반지하 셋방에서 김모(82·여)씨와 최모(56·여)씨가 숨져 있는 것을 집주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들이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소견,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최씨가 어머니를 숨지게 한 뒤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중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두 모녀는 10평 남짓한 방에서 15년을 살았지만 동네에서 모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어머니는 치매를 앓았고, 딸은 오랫동안 대인기피증에 시달려 이웃 주민들과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녀의 월수입은 어머니 김씨 앞으로 나오는 기초연금 25만원이 사실상 전부였다. 주민센터에 소득 파악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공과금을 꼬박꼬박 내 주민센터가 지정하는 ‘위기가구’ 안전망에도 포착되지 않았다.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한복판에 있었던 셈이다.


모녀의 비극은 5년전인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단독주택 지하 1층에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송파 세 모녀’ 사건과 닮아있다. 이들은 국가의 사회보장체계에서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살다가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겨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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