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지역화폐 노원(NW)’을 개발해 2월부터 본격 운영하고 있어 화제를 모은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역화폐 운영 플랫폼을 자체 개발한 것으로, 2월부터 상용화될 경우 전국 최초로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해 적립된 ‘지역화폐’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는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는 2016년 9월 공동체적 가치로 물품, 지식 그리고 재능을 나누고 공유함으로써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행복한 마을 공동체를 노원구 안에서 실현하기 위해 지역화폐를 도입했다. 하지만 그동안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으나 이용자 한계와 종이화폐의 특징 등으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에 구는 제4차 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사용처를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노원 지역화폐의 기본 통화 단위는 ‘노원(NW)’이며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마을, NO-WON의 약자다. 노원(NW)은 개인 및 단체가 노원구 내에서 자원봉사, 기부, 자원순환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창출된다. 1노원(NW)은 1원의 가치를 가지는데, 가치가 변동되는 기존 가상화폐와 달리 ‘1원’으로 가치를 규정화 시킨 이유는 ‘안정화’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별 지역화폐 환가액은 지난해 11월 제정된 ‘노원구 지역화폐 운영에 관한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적립된다. 자원봉사 시간의 ‘노원’ 환가 기준은 시간당 700노원, 미용·수리 등 ‘품’은 1시간당 700노원, 물품 거래는 판매액의 10%, 기부는 기부액의 10%이다. 회원 개인당 최대 적립 가능액은 5만노원으로, 유효 기간은 3년이다. 주민들은 자신이 보유한 지역화폐를 가지고 물품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다른 회원에게 선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홍길동이라는 회원이 자원봉사·기부 등을 통해 3만노원을 적립하고 있을 경우 홍길동은 공공 가맹점과 민간 가맹점에서 정한 일정의 사용 기준율에 따라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으며, 결제는 QR코드가 장착돼 있는 ‘앱’과 ‘카드’를 통해 할 수 있다. ‘앱’ 사용을 기본 원칙으로 하며, 스마트폰 미소지자·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자를 위해 카드 발행한다. 2018년 1월 현재 가맹점은 총 87개소(공공 21개소/ 민간 66개소)다.


앱 설치 방법은 스마트폰 스토어에서 ‘노원 지역화폐’ 검색 후 설치하면 된다. 또 지역화폐 홈페이지(www.nowonpay.kr)도 운영하고 있어 회원 가입하면 된다. 블록체인 지역화폐 노원(NW) 시스템은 블록체인 기술 전문기업 글로스퍼가 개발했다.


그동안 지역화폐는 지폐나 상품권 형태로 발행돼 회원과 전통시장 등 특정 장소에서만 사용 가능했지만 지역화폐 노원은 공공이나 민간 등 다양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데 특징이 있다.


노원구 지역화폐 사업의 가장 큰 취지는 자원봉사와 기부, 자원순환 등의 사회적 가치를 개개인이 창출하고 확산하는 데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노원구에 등록된 자원봉사자와 기부자는 약 17만명으로 지역화폐를 이용할 잠재적 회원이 많다는 점인데, 자원봉사 활동 시간에 따라 일반·그린·골드카드로 발급되던 ‘자원봉사 전자카드’도 블록체인 지역화폐로 통합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골드카드와 그린카드를 소지한 자원봉사자 1000여명에게는 각 3만노원, 1만5000노원의 최초 적립액을 지급해 지역화폐 이용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구는 지역화폐 사업의 성패는 가능한 최대의 민간 가맹점을 발굴하는 것에 있다는 사실에 주안점을 두고, 올해 말까지 950개 이상의 민간 가맹점을 발굴·확대할 계획이다. 가맹점주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점포를 홍보할 수 있고 지역화폐 사용자들을 유치할 수 있다. 또 결제로 쌓인 지역화폐를 다시 사용할 수 있고 직원이나 지인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 본 사업이 활성화 단계로 접어드는 내년에는 회원 15만명 이상, 가맹점 1900개소 이상을 발굴해 돈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역 공동체를 꾸린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구는 지역화폐에 대한 주민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타 지역 사례들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인식을 공유함으로써 지역화폐에 대한 필요성과 이용 방법 등 지역화폐 사업을 널리 알리고 확산시킬 ‘지역화폐 길라잡이’ 36명을 양성해 19개 동 주민센터와 노원구 자원봉사센터를 찾아가는 교육을 실시(20회 700명)했다. 또 올해는 소상공인회 회원, 시장 상인 등을 찾아가 지역화폐의 모든 것(A to Z)을 알려 회원과 가맹점을 최대한 확보할 예정이다.


한편 구는 지역화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협의 및 심의 기구인 ‘지역화폐 민·관협의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협의회는 △ 사회적 가치 환가 등에 관한 사항 △ 가맹점의 지정·해지 및 취소에 관한 사항 등 지역화폐 사업에 관한 각종 안건을 심의할 계획이다. 또 올 하반기에는 ‘지역화폐 모니터링 용역’도 추진할 계획이다. △ 타 지역화폐 운영 사례와 비교 검토·분석 △ 사업의 적정성·지역경제 및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 사업 성과와 문제점 등을 진단해 향후 지역화폐 정책 방향 설정을 위한 지표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구 관계자는 전했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구가 그동안 추진해 온 ‘마을이 학교다’, ‘행복은 습관’ 등 마을 공동체 복원 운동이 지역화폐를 통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시장가치로 반영되지 않는 자원봉사나 기부·자원순환 등의 사회적 가치를 지역화폐로 환산하면 궁극적으로 사회적 가치의 통용을 통해 봉사·기부가 확산되면서 행복 공동체도 만들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지역 단위의 블록체인 화폐를 자원봉사와 접목시켜 운영한다는 발상은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핵심적인 이슈다. 우리나라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인센티브제 도입이나 유료 자원봉사 개념이 그동안 계속 논의돼 왔다. 하지만 활동비 실비 지급은 자원봉사의 근본취지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그래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반 화폐를 통해 지역단위 위주로 지급되고 유통될 경우 앞서의 유료 자원봉사 문제점을 어느정도 상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자원봉사도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함께 새로운 인식과 접근법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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