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블록체인 업계는 올해가 블록체인 상용화의 첫해가 되리라 예상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T경제경영연구소 등의 조사를 종합하면 국내 블록체인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500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 2025년 1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공공 시범사업은 지난해 말까지 개발을 끝냈고,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관세청은 전자상거래물품의 개인통관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시범사업을 벌인다.


수입물품신고 과정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주문정보와 운송정보 등을 쇼핑몰과 특송업체, 관세청 등이 자동으로 실시간 공유하면서 서류의 위변조 위험을 줄이고 통관에 걸리는 시간도 기존 5일에서 2일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블록체인 기반 축산물 이력 관리 시스템 시범사업’을 1월부터 전북 지역 축산 농가와 도축장 등에서 운영한다. 사육·도축·포장·판매 등 쇠고기 유통 단계별 이력 정보와 증명서를 블록체인에 저장·공유해 사고 발생 시 유통과정을 기존 6일에서 10분 이내로 줄일 수 있다.


중앙선관위는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구축했고,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토지대장을 블록체인에 올리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해양수산부는 선박 화물 운송 시 오가는 문서를 블록체인상에서 공유하는 ‘블록체인 기반 컨테이너 반출입증 통합발급 서비스’를 지난해 12월부터 1년간 부산 신항에서 운영한다.


정부는 올해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난 12개 분야에서 공공 시범사업을 선정했다. 전기차 배터리 이력을 블록체인에 올려 재활용을 용이하게 하는 사업과 정쟁의 원인이 되곤 했던 국가기록물을 블록체인상에 올리는 사업이 눈에 띈다.


민경식 한국인터넷진흥원 블록체인 확산팀장은 “우리나라는 블록체인 얼리버드에 속한다”며 “국민들이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민간에서의 실험도 굉장히 많이 일어나고, 제조업을 비롯해 블록체인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분야에서도 많은 제안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간에서는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는 지난해 10월 공개한 글로벌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메인넷을 올해 1분기 정식으로 가동한다. 메인넷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가상통화뿐 아니라 분산형 응용프로그램(디앱·DApp)을 구동하는 기반이다. 이를 갖추면 독자적인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다.


인터넷이 게임, 채팅, 포털 서비스의 등장으로 플랫폼화했고, 모바일 기기도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의 성장과 궤를 함께하듯 ‘킬러 디앱’은 블록체인 플랫폼의 성공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블로코 김종환 대표는 “(가상통화인) 이오스가 시장의 관심을 끈 것도 스팀잇과 같은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라며 “블록체인 분야에서 플랫폼 시도가 많이 있었지만 비트코인 이상의 킬러 앱이 부재한 탓에 대부분의 시도가 실패했지만 근 시일 내에 킬러 앱이 등장하고 새로운 지도가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통화를 결제수단으로 만들려는 흐름도 있다. 가상통화를 결제수단으로 쓸 수 있으려면 거래의 편의성과 속도를 높여야 한다. 국내 거래소들은 이를 위해 신용카드와 비슷한 가상통화 결제카드를 개발하거나 바코드 결제와 모바일 상품권 결제를 결합해 우회적으로 가상통화를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측은 “현시점에서 신용카드, 상품권, 각종 페이 등과 비교해 가상통화 결제는 사용처와 편리성, 수수료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신용카드가 국내에 도입된 지 30여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생활에 안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등장한 지 이제 10년밖에 안 된 블록체인의 발전 가능성은 높다”고 밝혔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지역화폐도 등장하고 있다. 종이 화폐의 발행 비용이 없고 위변조나 불법적 경로로 현금화되는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서울 노원구의 지역화폐 ‘노원’이 대표적 성공사례다. 노원구는 개인이나 단체가 노원구에서 자원봉사, 기부, 자원 순환 활동을 하면 그 대가로 지급하는데 앱과 카드의 QR코드로 122곳의 가맹점에서 화폐처럼 사용하거나 거래할 수 있다.


서울시 에스코인, 시흥시 시루, 세종시 세종코인, 제주도 제주코인 등 여러 지자체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화폐를 도입하고 있다. 김포시는 KT와 함께 국내 지역화폐 중 처음으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지역화폐 플랫폼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류동주 비트레스 대표는 “관광에 특화된 일부 지역은 블록체인 지역화폐를 카드로 판매해 카드 하나로 식음료 구매와 관광지 입장이 가능한 사업을 구상 중이다”라며 “블록체인 지역화폐는 구청에서 현금과 동일 비율로 지급하니 폭락·폭등이 없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유리한, 가치 있는 발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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