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집무 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집무실 앞에 놓인 추모 아메리카노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응급의료라는 일밖에 모르던 고인은 평소 ‘봉지 커피’를 달고 살았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동료 등 추모객들은 인스턴트 대신 기계로 내린 아메리카노를 선물했다.


뉴시스 등 많은 매체는 8일 윤한덕 센터장의 집무실 앞에 놓인 음료와 꽃 등 추모 사진을 전했다. 한 잔에서 시작된 추모 행렬은 여러 잔으로 늘어났다.


하얀 국화는 추모의 의미를 담은 것이지만 커피 전문점에서 사 온 따뜻한 음료는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여기에는 고인의 평소 습관이 담겨있다.


윤한덕 센터장과 5년간 함께 일했던 유병일씨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센터장님은 이불 없이도 잘 주무셨는데 만성피로로 눕자마자 잠드셨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런 윤한덕 센터장은 마트에서 파는 ‘봉지 커피’를 달고 살았다고 한다. 직원들은 윤한덕 센터장에게 아메리카노를 자주 권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건강에 좀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지난 4일에도 윤한덕 센터장은 업무를 보던 중으로 알려졌다. 그의 집무실 책상에는 ‘중앙응급의료센터 발전 방안’ 자료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응급환자가 한 번에 적합한 지역 의료기관으로 이송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내용이 담겼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윤한덕 센터장은 권역별 응급환자와 응급실 연결 시스템을 마련한 뒤 ‘직’에서 물러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윤한덕 센터장은 꿈을 미처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윤한덕 센터장의 부인 민영주씨는 남편은 한 달에 2~3일 집에 들어왔고, 그마저도 자정이 다돼야 귀가했다고 머니투데이에 밝혔다. 부인은 “남편 변고 후 여러 기사가 나오면서 자녀들이 윤 센터장이 생전 해온 일을 알게 됐다. 두 아들이 최근 며칠 언론 기사를 접하고 아버지를 굉장히 자랑스러워 한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9일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사망 2주 전쯤 회의에서 만난 윤한덕 센터장이 건강을 걱정하며 “국종, 올해도 잘 넘겨야 할 텐데, 힘내”라고 말했던 일화를 기억해냈다. 그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사심 없이 스스로 지옥 속으로 걸어 들어가 온갖 슬픔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최후까지 피투성이 싸움을 하다가 삶의 대부분을 보냈던 공간에서 단단하게 앉은 채 세상을 떠나갔다. 세상을 떠날 때조차 그는 한가하게 누워서 쉬지 않았고, 그다지 슬퍼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는 응급의료체계 개선안에 대한 서류들을 끝까지 잡고 있다가 함께 가지고 갔다. 윤한덕의 나이 51세였다”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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