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YTN 뉴스 캡처



자유한국당이 2·27 전당대회를 엿새 앞둔 21일 당대표 후보 5차 방송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밤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촉발시킨 최순실씨의 ‘태블릿PC’ 조작 여부를 놓고 후보들이 공방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서 김진태 후보가 '태블릿PC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고 황교안 후보에게 물었다. 이에 황 후보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태블릿PC에 문제가 있다면 탄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여론을 악화시킨 스모킹건인 태블릿PC에 문제가 있다면 탄핵도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토론에서 '탄핵을 부정하느냐'는 질문에 '세모'라고 말씀하셨다"며 "중차대한 일에 ‘세모'라고 답하다니, 하루이틀새 황 후보 별명이 '황세모'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이에 황 후보는 "2년동안 왜 이 문제에 매어 있나. 이젠 미래로 나가자"며 "내 생각이 틀리다고 하거나 본인 생각과 다르다고 하면 그 부분은 서로 다른 것이다. 김 후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김 후보는 "헌재 결정이 나와도 태블릿PC 문제는 특검을 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우리는 야당 대표를 하는, 역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황 후보는 "토론회를 시작할 초기에는 정책 이야기도 많이 하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했던 것 같은데, 최근 며칠 사이에 지난 이야기로 얼굴을 붉혔다"며 "앞으로 이 부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오세훈 후보는 앞서 탄핵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한 황 전 총리에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엔 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나"라며 "저라면 탄핵 절차에 불만을 느꼈을 때 권한대행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조차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황 후보가 권한대행을 할 때 법무부는 '탄핵 절차 진행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황 후보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권한대행으로 누릴 것은 다 누리고는 지금은 결국 태극기 세력의 표를 의식하고 있다. 이는 소탐대실"이라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한국당 발전을 위해 당내에서 과감히 버려야 할 3가지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각 후보가 자신의 의견을 냈다.


황교안 후보는 ‘분열, 이기지 못한 것, 민생 현장과의 괴리’라고 답했다. 그는 "선거에서 이겼을 때는 단합해서 이겼고, 졌을 때는 단합하지 못해서 졌다"며 "분열을 극복해야 한다" 했고, "강한 투쟁력과 지혜로운 투쟁력, 따뜻한 투쟁력을 종합적으로 갖춰져서 이기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후보는 또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아픔을 들으면서 민생정당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태 후보는 "첫 번째는 웰빙, 모범생 의식"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아직도 여당인 줄 아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야당이고 헝그리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며 "여당에서 ‘적폐가 감히 촛불 세력에 대항하냐"고 하면 꼬리 내려야 하느냐. 사육당하는 야당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 무분별한 통합론은 안된다"고 했다.


오세훈 후보는 줄 세우기, 무사안일, 분노를 없애야 한다고 정리했다. 그는 "과거 10년간 친이, 친박, 비박 등 권력자에 스스로 줄을 섰다"며 "자성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무사안일을 버려야 한다"며 5.18 폄훼 때도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분노를 혐오로 표현하면 이번과 같은 망언 사건이 발생해 오히려 손해를 본다. 지혜로운 대처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황 전 총리는 2015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국무총리를 역임했고 2016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부터 2017년 5월까지 대통령 권한대행도 맡았다.


JTBC는 2016년 10월24일 최순실씨의 태블릿PC를 첫 보도했고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10월29일 첫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이후 2017년 4월29일 23차 집회까지 6개월간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1700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태블릿 PC 조작설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던 미디어워치 대표 고문 변희재씨는 지난해 12월10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미디어워치 대표 황모씨도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기자 2명은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주영 판사는 “JTBC가 태블릿PC와 관련해 첫 보도할 때 최순실의 존재가 국민적인 관심사로 제기된 상황에서 굳이 태블릿PC를 조작해 보도할 어떠한 동기, 이유가 발견되지 않는다”며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JTBC는 여러 차례에 걸쳐 입수 경위와 분석, 과정, 검찰 제출 등에 대해 추가보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추가 보도 중 사소한 부분에서 최초 보도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허위 날조, 조작, 거짓, 왜곡 등의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며 조작, 왜곡보도한다는 보도를 반복적으로 게시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언론이 갖는 지위를 이용해 최소한의 사실확인을 위한 과정을 수행하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허위 사실을 배포하는 범행을 저질렀다”며 “재판을 받고 있으면서도 동일한 주장이 기재된 서적을 다시 배포해 사회 불안과 혼란을 확대하고 있다. 그로 인한 피해는 사회 전체의 몫으로 온전히 돌아갔다”고 질타했다.


이처럼 법원도 인정한 태블릿PC 문제를 국가 최고위직까지 오른 고위공직자 출신이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태극기부대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점점 더 탄핵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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