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YTN 뉴스 캡처



27일 오후 진행되고 있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소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27일 네이버 '많이 본 뉴스' 상위권에는 북미 정상회담 소식이 주로 배치돼 있다. 한국당 전당대회 소식은 5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북한 비핵화를 결정지을 협상인 만큼, 한국당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많이 본 뉴스는 분야별로 콘텐츠 제휴를 맺은 언론의 뉴스 조회수를 집계한 결과다. 오전 7시부터 다음달 오전 1시까지는 1시간 단위로 집계결과를 반영하며, 오전 1시부터 6시까지는 오전 1시 결과를 유지하고, 오전 6시부터 7시까지는 오전 1시부터 6시까지 조회수를 합쳐서 집계한 랭킹을 노출한다.


27일 오전 한국당 전당대회는 정치 섹션 조회수 5위 안에 들지 못했다.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조회수를 기준으로 많이 본 정치뉴스 1위는 세계일보의 <2차 핵담판 스타트…'한반도 평화' 미래 달렸다>, 2위는 동아일보의 <김정은 첫 일정은 北대사관 방문…정상국가 이미지 과시 노린듯>, 3위는 서울신문의 <단 두 달 만에 전국 건물 점검? 하루 2300곳씩 '겉핥기' 진단>이었다. 한국당 전당대회 소식은 연합뉴스의 <한국당, 오후 7시께 새 지도부 확정…'보수재건' 시험대 오른다>로 8위에 그쳤다.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는 뉴시스의 <'승부가'vs'협상가'…북미 정상 막 오른 하노이 담판> 기사가 가장 많이 본 정치뉴스였고, 2위는 뉴시스 <트럼프-김정은 '세기의 담판' 테이블에 누가 배석할까>, 3위는 연합뉴스의 <[하노이 담판] 한반도 '미답의 영역' 영변폐기·종전선언 합의할까>였다. 한국당 전당대회 소식은 9시부터 10시까지와 같은 연합뉴스 기사로 9위에 머물렀고, 오히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한국당이 광주를 부정하는 진짜 이유> 칼럼이 8위로 전당대회 소식을 앞질렀다.


오후가 돼서야 한국당 전당대회 소식이 많이 본 정치 뉴스 5위에 올랐다. 그러나 좋은 소식은 아니다.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집계한 네이버 많이 본 정치 뉴스 5위에 오른 한국당 전당대회 관련 뉴스는 한국일보의 <"괴물 한국당 해체하라" 기습시위에 아수라장 된 전당대회> 기사다.


한국일보는 "27일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장에 한국당의 해체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가 몰려와 기습 시위를 벌였다"며 "이들은 전당대회장 입구를 점거한 채 '한국당 해체'를 주장했고, 이를 막으려는 한국당 당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전대는 시작 전부터 아수라장이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전대 참가를 위해 킨텍스로 몰려든 수천명의 당원들은 욕설을 퍼붓거나 피켓을 빼앗고 미는 등 이들을 강하게 저지했다"며 "이 과정에서 피켓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시위대와 크고작은 몸싸움이 빚어졌고, 현장에 배치돼 있던 경찰이 개입해 양 측을 갈라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대장이 예기치 못하게 아수라장이 되면서 오후 2시 현재 당원들의 입장이 늦어져 전대도 지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당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은 1시간 후 다시 잦아들었다.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집계한 많이 본 뉴스에서 한국당 전당대회 소식은 8위로 밀려났다. 앞서 소개한 한국당 전당대회 아수라장 뉴스다. 한국당 전당대회 뉴스 가운데 가장 많이 읽힌 뉴스는 오미이뉴스의 <"이게 나라냐" 외친 한선교 "광화문 촛불, 다시 들어야 한다"> 기사로 11위에 올라있다.


27일 오후 2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대표는 "온통 TV에는 하노이 뉴스가 도배를 하고 있다"며 "오늘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하는 날인데 공교롭게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화면에 안 나오고, 북미회담 준비 상황만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자유한국당은 다수 TV 토론회와 합동연설회를 통해 전당대회 주목도를 높인다는 방침이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는 못한 모양새가 돼 버렸다.


사실 전당대회 흥행에 대한 우려는 북미정상회담 일자가 이달 27~28일로 결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심화했다. 이를 두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심재철·정우택·안상수·주호영 의원 등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던 후보들이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하며 보이콧을 선언, 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기도 했다.


당 대표 후보 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 역시 전당대회 흥행 참패를 우려하며 일정 변경을 요청한 바 있다. 일정 변경 없이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이 좋다는 후보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유일했다. 황 전 총리 역시 일정이 겹치는 것을 두고 아쉽다는 취지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대중은 물론 언론의 관심이 북미 정상회담에 집중되고, 이에 따라 당의 축제로 불리는 전당대회가 부각되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하루 전날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한국당 참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당내 분위기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더했다.


이와 관련 나경원 원내대표는 2차 회담 날짜가 확정된 이후 '신 북풍'을 언급하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전당대회와 북미회담 날짜가 겹치는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있는데 의심이길 바란다"라며 "지난 지방선거 때 신 북풍으로 재미를 본 정부여당이 혹여라도 내년 총선에서 신 북풍을 계획한다면 아서라, 그러지 말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당 안팎의 부정적 전망이 주를 이루고, 당 대표 후보자들의 보이콧이 이어지면서 전당대회 일정 연기도 검토됐지만, 날짜는 그대로 확정됐다. 북미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이뤄질 경우 전당대회 이슈가 더 묻힐 수 있다는 관측, 전당대회 장소 변경 등 물리적인 요소가 고려된 결과였다.


이에 당 선관위는 TV토론회,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주목도를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이 역시 크게 효과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5·18 망언, 합동연설회 과정에서 나온 일부 후보의 폭언 등을 두고 당이 우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사전 투표율은 지난 전당대회 투표율을 밑돌았다.


황 전 총리, 오 전 시장 등 야권에서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이 출마했음에도 이전 선거와 비교할 때 투표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대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주를 이뤘다.


김무성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모바일 사전투표 등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졌다'는 지적에 "당에 대한 실망과 신뢰를 잃은 당원들이 투표 포기한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당대회는 정당정치의 꽃이다. 하지만 시대를 거스르는 인물들의 난립과 여론에 역행하는 온갖 망언들로 그 꽃은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리게 됐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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