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했으나 7년 만에 파경에 이른 한국·베트남 부부에게 법원이 갈등이 예견됐는데도 서로 존중하지 않았다며 양측 모두에게 결혼 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부산가정법원 가사1부(김종민 부장판사)는 남편 A(57)씨와 아내 B(38)씨가 서로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청구 소송에서 "부부는 이혼하라"고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또 B씨의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여 A씨는 B씨에게 1억300만원을 주고, B씨가 자녀 2명을 양육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을 보면 A씨는 2009년 베트남 국적인 B씨(2015년 귀화)와 결혼해 두 자녀를 낳았다. A씨는 결혼생활 중 처갓집에 주택 신축비용이나 용돈, 병원비 등으로 3천만원가량을 송금했다.

 

A씨는 평소 집안일과 자녀 양육을 잘 하지 못하던 아내가 친정에 장시간 국제전화를 하는가 하면 휴대전화를 자주 바꾸는 등 과소비를 한다고 생각해 불만을 느껴왔다.

 

반면 B씨는 남편이 자신과 모국 베트남을 비하한다는 이유로 감정이 쌓였다.

 

그러던 중 A씨는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베트남 처가집에 2주간 다녀온 뒤 독감에 걸려 식사를 제대로 하는 상황에서 아내가 식사로 삶은 옥수수와 감자 잼을 주자 불만이 폭발했다.

 

A씨는 몸싸움을 벌이던 중 아내를 폭행했고 상해죄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B씨는 자녀를 데리고 집을 나왔고, 결혼 7년 만에 부부는 별거를 시작했다.

 

A씨는 집으로 돌아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아내가 거절하자 `사기꾼`, `꽃뱀`, `거지`, `부친이 계속 돈 뜯어내라고 하더냐`는 등의 비난 메시지를 B씨와 B씨 가족에게 보냈다.

 

결국 부부는 서로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한국에 익숙하지 않았고 가사와 육아 방식에서 남편과 갈등을 빚었던 B씨나 아내를 폭행했지만 이전까지 비교적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한 A씨 중에서 어느 한쪽의 책임만으로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단기간 만남으로 국제결혼 한 A씨와 B씨가 나이 차이도 상당하고 문화·세대 차이로 인한 갈등이 예견됐음에도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노력이 부족했고, 자신의 입장만 내세워 갈등을 심화시켰다"며 "혼인 파탄 책임이 부부 쌍방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꼭 국제결혼의 예가 아니라도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혼의 유형이다. 믿음의 둑이 무너지면 사소한 '감자'를 가지고도 등을 돌리는 게 부부인 것 같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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