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 등 7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한데 대해 여당은 '적재적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총선을 앞둔 '점입가경' 인사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각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하고 민생경제를 책임질 문재인 정부 2기 개각"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특히 2명의 장관 후보자를 콕 집어 비판해 눈길을 끈다.


바른미래당은 8일 문재인 대통령의 개각과 관련,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현직 장관과 '장관 스펙 희망자'의 바통 터치'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김정화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기대할 게 없는 인사단행에 국정 쇄신의 기회를 또다시 날려버렸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대변인은 "행정안전부는 내년 총선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며 "이같이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자리에 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기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는 "'평창 갑질' 박 의원이 어떤 전문성이 있냐"며 "공짜 입장, 공짜 패딩, 공짜 장관 탁월한 '불로소득 전문가'"라고 비판했다.


진영 후보자는 원래 ‘원조 친박’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할 때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전북 고창 출신으로 판사를 거친 진 후보자를 박 전 대통령은 특히 아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승리 후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을 그에게 맡겼다. 정권 출범과 함께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에도 발탁되면서 친박계 내에선 '복박(福朴⋅복받은 친박)'이란 말도 들었다.


하지만 이른바 '진박(眞朴)'이라고 불린 친박 핵심들과는 거리를 둬 왔다. 복지부장관 취임 6개월만에 청와대가 기초연금 관련 공약을 뒤집은데 반발하면서 장관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친박과는 파국의 길에 들어섰다.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에 탈락하자 당을 나와 민주당에 입당했다. 친박계에선 "혜택만 받고 당을 버렸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진박 패권의 희생자"란 동정론도 일었다.


사실상 친박계에서 ‘파문’ 당한 그를 민주당으로 이끈 사람은 당시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맡고 있던 김종인 전 의원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았다. 그 밑에서 부위원장을 한 게 진 후보자다. 김 전 의원도 박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새누리당에 참여했다가 경제민주화 정책 등에 대한 이견으로 2012년 대선이 끝나기도 전에 사실상 박 전 대통령과 갈라섰다.


김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1당으로 올려놨지만 친문 진영과 갈등을 겪다가 2017년 대선 2개월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했다. 반면 진 후보자는 그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이 정권 출범 3년차에 그를 장관에 지명한 것도 이런 그의 선택에 대한 보답 차원이 있다는 시각이 많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이날 "진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진영 후보자에 대해 의아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직 권력의 정점에 있는 만큼 입각하는 사람도 그만큼 실세 장관으로 군림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중요한 자리에 '박근혜 사람'이었던 진 후보자를 내년 총선을 관장하는 요직에 앉힌 것은 다소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경찰의 최고 지휘라인에도 있는 행안부 장관은 주로 권력 실세이거나 대통령과 직접 교감할 수 있는 핵심 요직이다.


그 자리에 들어갈 여당 인재풀은 너무나도 많다. 당에서도 딱히 전문성이 없더라도 행안부 장관직을 노리는 의원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진영 후보자가 들어가자 '어떤 빽이 작용했는지 대단한 관운이다'라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그에게 신세를 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하고 있다. 여야를 넘나드는 정치브로커가 그의 입각에 관여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자기 사람'이 아님에도 진 후보자를 임명할 수밖에 없는 말 못할 속사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이래 저래 진영 후보자의 행안부 장관 임명은 파격적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 개각에서 본인의 인사권을 100% 발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래저래 신세진 사람들에 대한 '보은 차원'의 인사일 수도 있다. 물론 대통령 인사가 그런 점에서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지만, '박근혜 정권' 사람을 썼다는 것에 대해 '더더욱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박영선 의원 지명은 어느 정도 예상된 대목이지만, 야당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높다. 그는 여성 최초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냈다. 지금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MBC 기자 출신인 그는 야당 시절 법사위에서 활동하며 검찰 등 권력 기관을 향한 공격 선봉에 섰다. 그 바람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법무장관 후보군으로도 거론됐다.


박 후보자는 그와 동시에 ‘삼성 공격수’로도 유명했다. 삼성가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증여 문제를 앞장서 비판해왔다. 또 현 정부가 금융 자본과 산업자본의 경계를 완화하는 '은산분리 부분 완화 법안'을 추진할때도 소수 의견으로 반대했다. 일명 '이학수법(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친문계 인사들과 갈등 관계에 있기도 했다. 지난 대선 초기 안희정 캠프에서 잠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김종인 전 의원과도 가깝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지난 대선 때 "민주 진영의 성공을 위해서 힘을 보태겠다"며 문재인 후보 선대위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런 박 의원 측에서는 "우리는 비문이 아니다"고 해왔다. 그는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경희대 동문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학연'의 행운으로 장관직에 올랐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박 후보자는 야당 시절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과 국회 법사위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대여 공격수로 나서 '박남매'라는 얘기도 들었다. 한국당에선 이날 박 내정자에 대해 "국회의원이라는 신분과 별개로 강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 비문 의원으로 대선 경선 때 안희정 충남지사를 도왔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도 나선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친문쪽에서는 '미운 털'이 콕 박힌 정치인으로 꼽히고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도 약한 편인데, 대통령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부 장관으로서 업무역량을 제대로 발휘할지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문 대통령의 이번 개각은 대체로 능력 위주의 전문가중심 콘셉트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진영 박영선 두 의원의 입각은 그런 콘셉트와는 다소 걸맞지 않는 보은 답례성 인사라는 점에서 다소 아쉽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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