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병원 본관과 그 앞에 있는 대한의원 건물(붉은색). 사진=서울대병원 홈페이지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특혜 진료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대병원이 실제로 별도의 ‘VIP실’을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은 전직 대통령 등의 입원실로 쓰이는 본관 12층의 통상적인 ‘VIP병동’ 외에 본관 앞 별도 시설인 ‘대한의원’ 건물에서 소수 인사들을 상대로 진료를 해 왔다. VIP실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박 후보자의 특혜 진료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가 지난 2일 보도한 서울대병원 내부 자료에 따르면 병원 측은 2010년 4월부터 2017년 3월까지 7년간 서울 대학로 병원 구내에 있는 대한의원 건물 안에서 VIP실을 운영했다. 병원 집계로는 이 기간 이곳에서 모두 67건의 ‘진료 지원’이 이뤄졌다. 그동안 입원실이 아닌 별도의 VIP 진료실 운영 사실을 함구해 온 서울대병원도 취재가 시작되자 “단순 문진을 위해 예외적으로 운영하다가 필요성이 없어져 현재는 폐지했다”며 운영 사실을 뒤늦게 시인했다.


VIP실은 대한의원 건물 1층에 있었다. 대한의원은 서울대병원의 부속 건물로, 병원 본관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유명한 시계탑이 있는 건물이다. 진료부원장이 관리하던 VIP실은 5평(16.5㎡) 남짓한 공간이었는데, 별다른 의료기기 없이 병상만 하나 놓여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병원 정보화실장실로 쓰이고 있다. 이 건물 1층에는 병원 간부들의 사무공간과 회의실 등도 있다. 2층은 의학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병원 정문을 통과하면 본관에 이르기 전에 대한의원 건물을 지나게 된다. 건물 입구까지 차량 접근도 용이하다. 사회 유력 인사들이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하고 편리하게 진료를 받기 쉬운 구조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병원 본관이나 다른 건물을 번거롭게 들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VIP실 진료 및 예약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면 부정청탁법에 저촉될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병원 내부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예약이나 진료를 앞당겼거나, 특정 진료실 사용을 요구했다면 부정청탁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며 “정상적인 관행을 벗어난 행위인지에 대한 추가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은 “간단한 문진 정도만 이뤄졌기 때문에 법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VIP실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는 내놓지 않았다. 특수법인인 서울대병원이 VIP 전용 진료실을 따로 운영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병원이 VIP 진료실을 7년간 운영해 온 내역이 확인됨에 따라 지난달 27일 박영선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특혜 진료 논란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청문회에서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 후보자가 예약전화를 한 당일 진료를 받았고, 병원 건물이 아닌 의학박물관 건물로 초음파진단기까지 옮겨가며 황후급 진료를 받았다는 제보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이 말한 의학박물관 건물이 바로 VIP실이 있던 대한의원 건물이다.


자유한국당은 박영선 의원의 후보자 적격판정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할 예정이어서 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대병원 특혜의혹은 박 의원이 장관에 임명된 뒤에도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임석우 기자 rainstone@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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