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5일 강원도 고성·강릉 일대 산불 피해현장을 찾아 진화 상황을 점검하고 피해 주민들을 만났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강릉 옥계면 노인복지회관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을 만나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겠으니 마음 상하지 마시고 아프지 마시라”라고 말했다.


이곳 대피소에는 70세 이상의 고령 주민 10여명이 대피 중이다.


일부 이재민은 흐느껴 울며 “도와달라”고 말했고, 이 총리는 일일이 손을 잡거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위로했다.

이 총리는 “일이나 식사하시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며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가 더 오실 것이고, 식사·의약품·의류·생필품도 차질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시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컨테이너에서 가구별로 따로 지내실 수 있도록 주말까지 임시거처를 준비하겠다”며 “원래 사시던 집 복구도 최대한 노력해서 이른 시일 안에 돌아가실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더 힘든 일도 이겨내셨으니 이번에도 이겨냅시다”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가 배인 어투로 주민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면서 거부감을 없애려 노력하는 게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총리는 이어 옥계면의 화재 피해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을 위로하는 한편 화재 진화인력들을 격려했다.


자신의 SNS에도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임시거처를, 농림부와 농협은 볍씨와 농기구 지원을 준비하도록 당부했다. 적십자사·새마을회·보건소 등은 대피소 지원을 이미 시작했다”며 “힘 모아 이겨냅시다”라고 남겼다.


강원도 산불 사태로 인해 이날 도시재생특별위원회 회의, 석탄화력발전소 특별조사위원회 위촉식 등 예정됐던 이 총리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이 총리는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산불 피해복구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피해복구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총리가 공직과 국회의원 의정활동을 통해 익힌 국정경험을 토대로 산불 피해 대응에 있어 상당히 구체적이고 주도면밀한 모습을 이번에 보여줘 그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6일 한 매체가 이낙연 총리의 산불대책 수첩을 포착한 사진 기사를 보도해 화제가 된 가운데 정운현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이 이 총리의 수첩 내용 전문도 공개했다.


정 실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이 총리의 수첩메모가 화제다"라며 "'사고'와 관련해서는 드물게 나온 호평인 셈"이라고 올렸다.


그러면서 "총리께 사진기사를 보여드리며 수첩을 좀 보여달라고 했더니 선뜻 내주셨다"면서 "총리께 양해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을 전부 공개한다"고 썼다.


정 실장이 공개한 이 총리의 수첩은 총 8쪽 분량의 내용이다.


수첩에는 '강원 산불 하룻만에 불길잡혀' '산불 규모에 비하면 빠른 진화' '그러나 많은 피해와 상처 남겨' '목숨을 잃으신 1분 명복·가족 위로'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이 총리는 산불 피해 상황과 산불 진화에 투입된 장비 및 인력 등을 메모했고, 이재민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쏟아지는 내용과 함께 '감사'라는 단어도 적었다.


또 단계적으로 해야 할 일에는 '잔불 정리'나 '이재민 돕기 식사·숙박·의복·의료', '농업 등 시급한 생업 복구지원', '장비보강·예방 등 제도적 보완 등 이후의 현안에 대한 내용도 적혀있다. 특히 '학생 공부' 라는 메모에서 이 총리의 꼼꼼함을 찾아 볼 수 있다.


이 총리는 '국민들께서 이웃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착한 심성'이라는 메모와 함께 기부금과 함께 쏟아지는 전 국민의 온정의 사용처에 대해 1쪽의 수첩을 할애하기도 했다.


정 실장은 이와 관련 "오늘 오전 9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차 강원도 산불 관계장관회의에서 총리의 모두발언 내용을 담은 것"이라며 "총리실에서 준비한 내용을 총리 자신이 새로 가감, 정리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이 총리측이 지나치게 생색을 내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역대 총리들도 산불과 같은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기 때문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이 총리와 주민들의 대화를 보면 총리가 비록 생색내는 말일지라도 '타버린 볍씨' 하나도 챙길만큼 준비를 많이 했고 또 그것을 설득력있게 주민들에게 전파함으로써 실의에 빠진 이재민들을 위로하는 '착한 대응법'을 보여줬다.


"국가가 왜 존재하느냐"는 기본적인 물음에 '국민이 아파하고 슬퍼할 때 진심으로 위로를 건네는 것'이라고 이낙연 총리는 아마 대답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런 공직자들을 얼마나 많이 보아왔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임석우 기자 rainstone@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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