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YTN 뉴스 캡처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논리와 표현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당은 9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를 두고 정부를 직간접적 원인으로 지목했다. 검경 수사 과정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인민재판’과 ‘사회주의’로 비판했다. 앞서 강원 산불을 두고도 ‘문 대통령에 의한 인재’란 주장을 폈다. 황교안 체제의 우경화 흐름에 4·3 보궐선거 선전이 맞물리면서 한국당이 자기통제를 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합리적 견제가 아닌 마구잡이식 비판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조 회장 별세를 두고 “많은 분들이 전날 부고에 적지 않은 충격을 느낀다. 문재인 정권 아래 기업의 수난사를 익히 잘 아실 것”이라며 “급기야 국민의 노후자금을 앞세워 경영권까지 박탈했다. 연금사회주의라는 무거운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업통제, 경영개입, 기업인 축출에 열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주주들의 권한 행사를 ‘정권 차원 경영권 박탈’로 규정하고 조 회장 죽음과 무리하게 연결지은 것이다.


조 회장 일가 ‘갑질’ 사건에 대한 수사와 대한항공 주주총회 결과를 별세의 직접 원인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김무성 의원은 ‘열린 토론, 미래’ 토론회에서 “(조 회장이) 원래 지병이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압수수색을 18번씩이나 하는 과도한 괴롭힘이 고인을 빨리 돌아가시게 만들었다”며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을 20년 이상 이끌어온 조 회장의 이사 재선임을 저지했다. 결국 이것이 조 회장을 빨리 죽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인민재판, 인격살인 행위가 우리 사회에서 지금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게 인민민주주의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보수진영의 대표적인 ‘스피커’들도 “연금사회주의를 추구하던 문재인 정권의 첫 피해자가 영면했다”(홍준표 전 대표), “사실상 문재인 정권과 계급혁명에 빠진 좌파운동권들이 죽인 거나 다름없다”(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며 같은 논리를 퍼뜨렸다. 오너 일가의 일탈에 대한 여론의 지탄과 주주의 심판이란 맥락은 경시한 채, 조 회장의 죽음을 강경보수의 취향에 맞춰 정부 비판의 도구로 썼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적 재난도 정쟁거리로 삼았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지난 4일 강원 산불을 두고 “문재인 ‘촛불정부’인 줄 알았더니 ‘산불정부’, 촛불 좋아하더니 온 나라가 산불”이라고 해 논란을 불렀다. 민경욱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대형산불 발생 네 시간 후에야 긴급지시한 문 대통령 북으로 번지면 북과 협의해 진화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빨갱이 맞다”는 글을 공유했다 삭제하기도 했다. 산불로 주민들이 대피 중이란 소식이 전파된 이후에도 나 원내대표 등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재난 컨트롤타워’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국회에 1시간가량 묶어뒀다.


한국당의 상식 밖 대응의 배경엔 일단 4·3 국회의원 보선 결과에 고취된 당내 분위기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권 심판론’을 내걸고 선거를 치렀는데 ‘사실상 승리’라고 자평할 만큼 선전하면서 치솟은 자신감에 도를 넘는 언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유례없는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하락하며 40%선 붕괴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창원성산에서 정의당의 벽을 넘지 못해 지지층 확장엔 실패했다는 평가도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의 현재 대응법은 ‘우경화 관성’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27 전당대회와 황교안 체제를 거치며 ‘좌파독재 저지’ 같은 자극적인 구호로 강경보수 결집에 성공했지만, 외연 확장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야당으로서 대여투쟁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민심과 거리가 있는 어깃장 투쟁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뿐이다. 


임석우 기자 rainstone@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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