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67명 등 총 70명의 국회의원이 24일 검찰에 박근혜 전 대통령 형집행정지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수감 생활을 나치의 악명높은 강제수용소인 ‘아우슈비츠’에까지 비유했다. 박 전 대통령 석방 촉구를 고리삼아 탄핵 이후 흩어졌던 보수 세력 결집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의 정당성을 문제삼는 극우 태극기 세력에 휘둘리는 한국당 현주소가 새삼 확인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들은 친박근혜계인 한국당 홍문종 의원을 대표청원인으로 하는 청원서를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이들은 “우리는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의 침묵이 만든 오욕의 역사를 지적했던 밀턴 마이어의 경고를 떠올리면서, 나치 당시 아우슈비츠를 묵인했던 저들의 편견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잔인한 폭력을 묵인하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이나 한 치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만 2년을 훌쩍 넘긴 장기간의 옥고와 사상 유례 없는 재판 진행 등으로 건강 상태가 우려되는 수준이고, 여기에 허리디스크, 관절염 등 각종 질환으로 인한 고통도 녹록치 않은 상태이나 근본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배려가 절실한 상태”라고 했다. 이어 “정권의 일등공신의 보석 석방, 헌법재판관 주식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 법 감정이 적용되지 않고, 오직 힘없고 약한 전직 여성대통령에게는 가혹하리만큼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했다. 청원서에는 한국당 비박계 김무성 의원 등 67명, 무소속 서청원·이정현 의원,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 등이 참여했다.


앞서 김무성 의원은 지난 23일 바른정당 출신 복당파 의원 22명에게 청원에 동참해달라는 내용을 편지를 보냈다. 김 의원은 편지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처벌은 헌법적 판단 차원에서 이뤄진 탄핵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봐야 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뇌물과 직권남용 혐의는 억지스러운 데가 많고 33년이란 형량은 지나치고 가혹하다”고 밝혔다. 실제 복당파 출신 의원 상당수가 청원에 동참했다. 


한국당은 일단 박 전 대통령측이 지난 17일 형집행정지 신청서를 낸 것에 발맞춰 ‘석방’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상고심 구속기간이 만료됐지만 이와 별도로 기소된 새누리당 공천개입 혐의로 징역 2년형이 확정되면서 석방되지 않고 17일부터 기결수로 신분이 전환됐다. 박 전 대통령측 요구에 부합하는 형식을 띤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당의 ‘박근혜 소환’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흩어진 보수를 끌어모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친박계 황교안 대표가 당권을 잡은 이후 보수가 부쩍 결집하고 있고, 그것이 4·3 보궐선거 선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한국당 판단이다. 보궐선거 이후 한국당 지도부가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입에 올리는 경우도 잦아졌다. 여기에 비박계도 부화뇌동하고 있다. 황 대표 등 친박계에게 완전히 주도권을 내준 비박계로선 탄핵에 찬동했던 과거가 부담스럽고, 이런 전력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요구로 털어버리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이 치러야할 죄의 대가를 경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아우슈비츠’ ‘잔인한 폭력’ 등 자극적인 단어를 동원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저지른 국정농단이라는 본질을 덮으려 한다는 것이다. 태극기 세력에 점령당해 합리적 보수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한국당 현실이 드러난 것이란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 요구는 갈수록 더 거세질 전망이다. 만 2년동안 교도소 생활을 하는 것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장기간 수감생활이라는 점과 여성이라는 점이 명분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재판이 완전히 종결이 되지 않아 석방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럼에도 보수층에서는 여론몰이전을 통해 대 정부 투쟁을 하고 있다.


임석우 기자 rainstone@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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