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7일 북한을 향해 “남북관계를 주춤거리게 만들어 미국을 움직이는 전략을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이날 오전에 공개된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통해 이렇게 말하면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실을 못 맺어 어려움이 있을 때일수록 국제제재와는 무관한 남북 협력사업을 약속대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날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출연해 ‘통전부(북한의 대남·대미 업무를 담당하는 통일전선부) 동무들 들으라우’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유 이사장은 “북한의 통전부 동무들에게 남북 평화협력 정책을 강력히 지지하는 남측의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드릴까 한다”고 소개하면서 “이를 잘 유념해 남북대화에 임해달라”고 했다.


유 이사장과 박 의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통전부를 향해 가감없이 조언을 쏟아냈다.


유 이사장은 “권력자에게 제일 중요한 미덕은 측은지심이고 이 같은 의지가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능력보다 중요하다”며 김 위원장에 “(북한) 인민을 위해서 필요할 때는 수그리는 용기가 몹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를 하다보면 자존심이 상할 때가 많은데 (김 위원장보다) 연세가 훨씬 더 많은 문재인 대통령도 수그리지 않느냐”고도 했다.


박 의원은 “북한과 협력해서 상호공존하려고 하는 진보세력이 자꾸 곤란하게 처할 수 있는 행동은 제발 자제해 달라”면서 “보수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은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유 이사장은 “이 점은 통전부 동무들이 무겁게 들었으면 좋겠다”고 화답하자 박 의원은 “엉터리들이다. 그런 것은 잘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했다.


유 이사장은 “저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정책을 강력히 지지하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북정책은 그것밖에 없으며 다른 것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진보진영이 북한의 체제가 괜찮다고 평가해서 비판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에는 “저도 우리와 북한식 체제 중에서 두말 할 여지없이 대한민국 체제를 택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더 좋은 사회로 갈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고 좋은 관계를 맺어 충분한 시간 여유를 주는 것이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이야기를 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보수진영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비난이 나오는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서로 좋아한다고 하고 보고 싶다고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애인이냐”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정상회담이 단 2분에 불과했다는 비판에는 “정상회담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라면서 “단독회담을 하든 공동정상회담을 하든 옆에 장관 등이 배석만 하고 있을 뿐이고 양국 정상이 말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 의원이 “왜 2분만을 강조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하자 유 이사장은 “잘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어떤 당은 (문재인정부가) ‘망해라’라고 하는 당이고 이해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사실상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날을 세웠다.


한편, 박 의원은 유 이사장에게 뼈있는 농을 던지기도 했다.


박 의원은 “오늘 저 한사람만 (알릴레오에) 초청했다고 하는데 다음에 대통령이 되셔서 꼭 저와 둘이만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 달라”고 했고 유 이사장은 “될 일이 전혀 없어 부담이 없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꼭 자주 독대하겠다”며 웃으며 맞받았다.


박지원 의원은 평소 유시민 이사장이 대선에 반드시 출마할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날도 그래서 뼈 있는 농담으로 그의 정치권 컴백을 암시한 것이다. 두 정치 9단의 농담 속에는 2023년 대선을 미리보는 그림이 들어있었다.


한편 유 이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북관계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북측에 조언까지 한 것은, 그만큼 북미회담 결렬에 따른 남북관계가 순탄치 못함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특히 북측이, 남한의 보수세력이 발호할 틈을 주는 것은 남북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한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갈수록 하락 추세에 있고 남북관계도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게 되면서 자칫 그동안 쌓아올린 남북관계 성과 자체가 허물어질 수도 있다.


유 이사장의 발언은 그동안의 북측에 대한 일방적인 옹호에서 비판적인 지지 입장으로 선회하는 것일 수도 있다. 통전부도 유 이사장과 박지원 의원의 이날 ''통전부 동무들 들으라우' 방송을 그 어느 때보다 관심있게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임석우 기자 rainstone@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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