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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올림픽은 여러 가지 점에서 한국사회를 과거에서 더 나은 미래로 연결하는 가교였다.


산업화가 왕성하게 진행돼 왔고 6월 민주화운동으로 정치적 민주주의가 꽃을 피운 직후 벌어진 한국 최초의 대형 국제 행사였던 만큼,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국민적 에너지가 끓어 올랐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남녀노소가 통역이다 안내다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힘을 보탰다.


당시만해도 살기 바빠 국민들은 장시간 노동에 매여 있었고 여가는 개인적 휴식에 사용되는게 일반적이었다. 올림픽을 치러내기 전까지 한국인에겐 '자원봉사'란 단어가 생소했지만 함께 만들어 낸 성공의 경험은 공익을 위한 참여, 즉 자원봉사를 훨씬 친숙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국민이 누리는 경제적 여유가 커지고 20세기 후반에는 장시간 노동으로부터도 점차 해방됐다. 자원봉사가 꽃필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이 성숙됐고 1999년 문화월드컵시민협의회가 만들어지면서 지속적인 봉사를 위한 조직적 토대까지 갖춰졌다.


◇ 자원봉사 조건 성숙했지만 뿌리는 허약


올림픽을 기점으로 보면 31년, 월드컵으로부터 17년이 흘렀지만 자원봉사의 뿌리는 여전히 허약한게 현실이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100년만에 서울에서 개최되는 전국체전을 앞두고 역대 최대 규모인 6000명의 자원봉사자 모집에 나섰다. 사단법인 서울시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기한내 목표 인원이 채워지지 않아 추가 모집에 나서는 걸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95년부터 학교에서도 자원봉사가 '창의체험활동'이란 이름으로 교육과정으로 채택돼 학창시절 봉사활동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자원봉사가 아닌 '점수따기'가 목적이 되면서 자원봉사의 저변확대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중학생은 연간 15시간 고교생은 20시간으로 정해진 봉사활동시간을 꼭 채워야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 일색이라 아이들은 흥미를 잃은 지 오래다.


서울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하는 수업으로 처음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는데 환경정화란 이름으로 시행하는 청소활동이나 현충원 방문 등 단순활동이 대부분이라 학생들이 흥미를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 입시 끝나면 자원봉사 팽개치는 아이들



▲ 2018년 연령별 자원봉사 참여 횟수. 그래픽=서울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서울자원봉사센터 통계에 따르면, 전체 연령대 가운데 10대와 20대의 자원봉사 참여비중이 압도적이지만, 2018년 기준 10대 참여인원 140만명은 20대로 가면 24만명으로 곤두박질친다. 중고교시절 진학을 위해 의무적으로 하던 봉사활동이 대학교로 까지 연결되지 않는다는 걸 나타내준다.


봉사활동의 지속성 측면에서도 1인당 활동횟수가 50대 15.1회, 60대 24.4회, 70대 33.2회지만 30대 이하 연령층은 평균 4.2회에 불과한 수준이다.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갈길이 멀다는 얘기다.


학교의 자원봉사가 헛도는 건 교육과정에는 덜컥 포함시켰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도 예산도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학교당 전교생 숫자는 수백명이지만 자원봉사를 담당하는 선생님 1명이 고민하고 계획을 짜고 전교생이 할 봉사활동을 준비해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같은 현실에 대한 반성으로 최근들어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시도들이 모색되고 있다. 지역별로 뿌리내린 지자체 자원봉사센터와 교육청이 2018년부터 협업에 나서면서다.


◇"참여형 봉사.. 봉사활동에 대한 좋은 경험 창조"


다름아닌 '학생참여형 봉사활동'이다. 주제선정-봉사활동-평가까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전문가들이(지역별 자원봉사센터)지원해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자원봉사에 대한 좋은 경험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다.


이는 결국 지속적인 자원봉사 참여와 저변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GMO FREE밥상, 화장품과 피부살림, 미세먼지 없는 지속가능한 초록학교, 어쩌지? 플라스틱은 돌고 돌아서 온대, 업사이클링' 등 주제 역시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관련됐거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이슈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A고교생은 "일회성 봉사활동만 해오다 사전준비부터 평가까지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며 나를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됐어요"라고 말했고 B중학생은 "저학년 동생들이 아는게 많아 당황스러웠다. 함께 준비한 아이들과 소통이 잘되는 것 같아 좋고 보람이 있었어요"라는 참여후기를 남겼다.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는 이른바 'DIY봉사활동'은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서 비롯됐으며 지난해 23개 학교에서 올해는 38개 학교로 참여가 늘어났다.


시 봉사센터 관계자는 "서울형 학생봉사학습 실천학교는 수동적 형식적인 봉사에서 벗어나 봉사학습을 촉진하는 멘토와 지역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을 위한 활동을 경험하는 사회참여학습"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수정 기자 soojung@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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