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년 5공 청문회 때 질의하는 이해찬 의원 모습. 이때 그의 나이 36세였다. 그는 13대 국회에서부터 20대까지 내리 7선을 기록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작심하고 패스트트랙 정국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그는 29일 선거제·검찰개혁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결사반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도둑놈들한테 이 국회를 맡길 수가 있겠냐"며 "이런 자들한테 이 나라의 국회와 장래를 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반드시 청산할 사람은 청산하고 제가 정치를 마무리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독재 통치자들의 후예가 '독재타도'를 외치고 헌법을 유린한 사람들의 후예가 '헌법수호'를 외치는 국회를 제가 어떻게 그냥 두고 떠나겠냐"며 "저는 이 사람들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고문을 당하고 감옥살이를 하면서 지켜온 것은 이 사람들을 위한 게 아니라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서 싸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오늘 의총이 끝나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한국당이) 무슨 짓들을 하고 있는지 가보겠다"며 "저는 채증을 하고 있는데 오늘은 동영상으로 채증을 하겠다. 용납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의총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한국당이 독재타도, 헌법수호를 외친다는 게 어울리기나 하냐"면서 "제가 이제 정치를 마무리 할 사람인데 국회 질서를 바로 잡고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헌정문란 행위를 일으킨 한국당은 주말 유세에서 독재타도, 헌법수호를 외치면서 가짜뉴스와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있다"며 "저는 한국당과 대치하면서 독재타도, 헌법수호를 외치는 것을 보면서 뭐랄까 참 어이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직접 휴대폰 카메라로 불법행위를 한 사람들의 사진을 30장 정도 찍어 놓았다. 제 이름으로 고발조치를 하겠다"며 "그 사람들에게도 '나는 더 이상 정치를 안 할 사람이니 내 이름으로 고발조치를 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20대 국회에서 유일한 7선 의원인 이 대표는 지난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차기 총선 불출마를 공언한 바 있다. 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잃을 것도, 원하는 것도 없다는 무욕에서 나온 승부수다.


이 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을 자기들이 만들고선 선진화법을 어기는 게 헌법수호라 주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제가 정치를 마무리하면서 다시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이런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도록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4·27 남북 판문점 선언 1주년 행사가 북한 측의 참여 없이 치러진 데 대해 "올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원활하지 않아서 기념식이 아쉽게 치러졌다. 저도 가보고 싶었는데 행사 자체가 너무 규모가 작고 의미가 약해서 못 가본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인내심을 갖고 다시 한 번 남북관계를 복원시킬 수 있는 일에 당도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가에서는 이 대표가 비록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음에도 이번에 또 다시 '정계은퇴'까지 암시하는 비장한 어투로 패스트트랙 정국에 대처하겠다는 것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대표는 7선을 거치면서 꼬장꼬장한 말투와 해박한 지식과 논리로 보수층에 대항하는 대표적인 '전사'였다. 이번에 그가 마지막으로 이 전쟁을 끝내고 퇴장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번 패스트트랙 전쟁은 청와대의 봉합 의지와는 무관하게 또 다른 보이지 않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 


임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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