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결렬 이후 우려하던 일이 결국 현실이 되고야 말았다.


북한이 4일 오전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4일 오전 9시 6분쯤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기종 미상의 단거리 미사일을 동쪽으로 발사했다"고 전했다. 미사일의 종류와 궤적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합참은 "한미 당국이 미사일 기종과 발사 배경 등 세부사항에 대해 분석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여러 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쏘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 2017년 11월 29일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1년 5개월여 만이다. 북한은 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북 압박 유지를 강조하는 미국의 기조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미국과의 회담 실패 뒤 협상전략을 다시 '고난의 길' 전략으로 갈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박지원 의원은 "가장 우려되는 것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다. 북측이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했으면 한다"고 평소 방송에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결국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남북-북미 관계도 1년 5개월 전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코너로 몰아넣는 것은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보진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공개방송'을 통해 북측에 "남측의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세력이 영향을 입을 만한 행위를 자제했으면 한다. 보수우익을 유리하게 하는 행동을 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그 바람은 무위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유시민 이사장은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에 더 적극적인 소통을 요구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4월 27일 팟캐스트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최근 남북관계 이슈와 관련한 의견을 전했다. 특히 유 이사장은 게스트로 출연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함께 북측의 적극적인 소통 필요성을 주장했다.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아 ‘통전부 동무들 들으라우’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영상에서 두 사람은 북한 노동당의 대남전략을 맡고 있는 통전부에 대해 몇가지 메시지를 전했다.





박 의원은 “북미·남북 관계 개선에 노력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때때로 비난하는 것은 통전부 동무들이 아주 잘못하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속셈은 아닐 것”이라며, “이 방송을 듣는 순간부터 보수 강경파를 살려주는 일은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고 말했다. 북측의 대남 강경책이 오히려 정부 평화정책에 반대하는 남측 보수세력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유 이사장 역시 북측 연락사무소 철수를 언급하며 “북한이 남측과 관계를 맺을 때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해왔지만, 북한 당국자들이 이것을 잘 지키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은 통전부에 “전화를 받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최소한 ‘2주 후쯤 보자’ 등의 얘기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측의 일방적인 대화 단절은 문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남측 개혁진영의 이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결국 북측은 자신들의 길만을 고집하며 미사일을 발사하고 말았다. 일단 문 대통령으로서도 1차적인 상황파악에 나서겠지만, 올해 가을이나 말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려던 애초의 계획은 수정이 불가필할 전망이다. 북한이 일회성으로 그냥 단순하게 미사일을 발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년이나 더 이후의 미래를 내다보고 던진 또 하나의 승부수일 가능성이 있다.


최근 러시아 등을 방문하고 돌아온 김정은 위원장이 결국 미사일 강경노선으로 돌아선 것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 러시아 등의 주변국과 회담을 통해 미국의 진의를 다시 확인했을 것이고, 적당한 타협으로는 절대 비핵화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통일의 과정은 우리가 상상하던 것 이상의 고통과 인내가 따를 것이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최근 한 칼럼에서 '북한은 6.25 전쟁 기간 동안 미국의 사상 최대 폭격을 무려 3년동안이나 견뎌내며 휴전협정 협상을 진행해왔다. 남북관계도 우리가 섣부른 기대를 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의 잇단 개최와 북미회담 등으로 사실 우리들이 남북관계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남북관계에 있어, 오직 평화만이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강력한 전략(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것을 인식은 하되, 그 기간과 과정은 우리의 상상 이상이 될 것이라는 현실상황론도 더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임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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