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YTN 뉴스 캡처



오랜 패스트트랙 강경 대치로 누더기가 된 국회가 오랜만에, 잠깐,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와 첫 공개 만남에서 “민생과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제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다”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 이후 국회 정상화 길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두 사람은 그동안 별 인연이 없었음에도 첫 상견례에서 분위기 훈훈한 장면을 연출해 향후 정국에 일말의 기대감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나 원내대표의 '누나' 멘트는 jtbc에서 히트했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연상케 하는 것이어서 네티즌들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한국당 원내대표실에 찾아온 이 원내대표를 만나 “숙제가 많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운 것 같다. 그동안 형님(홍영표 전 원내대표)을 모시고 여야 협상을 했는데 이제는 동생(이 원내대표)이 나타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1963년생, 이 원내대표는 1964년생이다. 전임 원내대표인 홍영표 의원은 1957년생이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푸른색 계열 옷을 입고 이 원내대표를 맞이했다. 배석한 김정재 원내대변인 역시 같은 색 계통 옷을 입어 특별히 신경을 썼다고 시사했다. 이 원내대표가 나 원내대표의 옷 색상을 두고 “약간 바른미래당 색 같다”고 하자, 나 원내대표는 “사진 찍으면 민주당 색에 더 가깝다”고 받았다. 


두 원내대표가 상견례 차원에서 마주한 첫 공식 석상이었지만, 선거제 개편·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법안 패스트트랙 상정 이후 꼬인 정국을 의식한 발언을 주고 받았다. 나 원내대표는 ‘역지사지’와 ‘케미’를 언급했고, 이 원내대표는 ‘경청’과 ‘협치’로 화답했다.


나 원내대표가 먼저 “이 원내대표 당선을 계기로 해서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이 원하는 그런 국회가 됐으면 한다”며 “야당에 대해 국정 파트너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 원내대표가) ‘말 잘 듣는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했는데 ‘설마 청와대 말을 잘 듣는 건 아니겠지’란 생각을 했다”며 ‘뼈있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어려운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가 된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모르겠다. 우리가 국회에서 너무 심각한 다툼을 만들었기 때문에 치유하기 위해 어떤 지혜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스스로 여러번 반문했다”며 “국민의 말씀을 잘 듣고 그만큼 야당의 목소리를 귀 기울이고 진심으로 경청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찾아뵙자마자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게 돼 죄송하다”며 “5월 임시국회를 열어서 민생을 챙기는 국회 본연의 모습을 찾았으면 한다”고 했다. 한국당에 장외 투쟁을 접고 국회 복귀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나 원내대표가 “해야 할 일이 많지만 방법론에서 의견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오늘 한번 만나서 다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라고 답하자, 이 원내대표도 “그런 건 아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나”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후 서로 “굉장히 합리적인 보수의 길, 개혁적 보수의 길을 갈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 응원했다”(이 원내대표), “그래서 친하다는 말을 안 했다. 당선에 도움이 안 될까봐”(나 원내대표) 등 덕담을 주고 받으며 첫 공개 석상은 마무리됐다. 


분위기만 봐서는 여야의 대치가 곧 끝날 것처럼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나 의원이 '누나'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선제압을 하려 했다는 평가도 있다. 두 사람의 덕담이 제발 현실에서도 실현되어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많이 보여줬으면 한다. 


임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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