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SBS 뉴스 캡처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문빠’ ‘달창’ 등의 용어로 비하한 것과 관련해 유래나 뜻을 알지 못한 채 사용했다며 사과했다. 논란이 불거진 지 3시간 30분 만에 즉각 자신의 말에 바로 고개를 숙인 셈이다. 야당 인사가 정치적인 발언으로 바로 사과를 하는 것은 이레적인 일이다. 그만큼 자신의 문재인 대통령 공격 단어가 부적절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대구에서 열린 한국당 장외집회에서 문재인정부를 ‘독재 정부’라고 비판하며 “대담할 때 KBS 기자가 물어봤는데 그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들에게 공격당하는 거 아냐”며 “대통령한테 독재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지도 못하냐. 묻지도 못하는 거, 이게 바로 독재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달창은 ‘달빛창녀단’을 줄임말로 ‘달빛기사단’이라고 불리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강하게 비하하기 위해 생긴 말이다. 극우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 회원들 사이에서 나온 조어로, 주로 온라인 뉴스 댓글에 많이 사용된다. 논란이 불거지자 나 원내대표는 집회가 끝난 지 3시간 30분 만인 오후 8시40분에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해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문 대통령의 극단적 지지자를 칭하는 과정에서 그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썼다”며 “인터넷상 표현을 무심코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결코 세부적인 그 뜻을 의미하기 위한 의도로 쓴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사석도 아닌 공개된 자리에서 대통령을 모독하는 수준이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판사출신인 나 원내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즉각 사과를 했지만 정치적으로 평소 나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국정의 파트너라는 생각보다 같이 얼굴마저 맞대기 싫은 그런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에 '창'과 같은 저질스런 단어가 나오는 것이다. 여론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 실수'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여당의 국정 파트너로서 야당 대표가 가져야 하는 기본적 태도에 대해 더 분노하는 것 같다.


임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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