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아프리카에서 피랍됐다 구출된 프랑스인 남성 2명과 한국인 여성 1명을 만나고 있다. 가장 왼쪽이 구출된 프랑스인 중 한 명. 나머지는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아프리카 위험지역으로 여행 갔다가 무장세력에 피랍된 뒤 프랑스 군대에 구출된 이들에 프랑스 현지에서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구출작전에서 프랑스 특수부대원 두 명이 희생당한 영향이 크다.


11일(현지시간) 오후 6시께 파리 근교 빌라쿠블레 군 비행장에 프랑스 군대에 구출된 프랑스인 남성 2명과 한국인 여성 1명을 태운 전용기가 도착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활주로에 직접 나가 이들을 맞았다.


TV에 비친 마크롱 대통령의 표정은 어두웠다. 마크롱 대통령은 구출된 세 명과 일일이 악수하면서도 무표정했다. 의례적으로 등장하던 화환 증정식이나 환영인파도 없었다. 


같은 날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국가의 의무는 국민이 어디에 있든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면서도 “두 군인이 숨졌고, 정부의 여행 관련 권고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여행사들도 외무부 권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출된 세 명에 대한 국내 여론을 의식한 반응으로 보인다. 프랑스 최정예 특수부대 ‘위베르 특공대’의 부대원 2명이 구출 작전에서 전사하면서, 프랑스 내부에서는 피랍됐다 구출된 자국인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와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는 구출작전 도중 인질들이 있는 곳으로부터 10m 떨어진 지점에서 무장세력에 발각됐다. 요원들은 인질의 안전을 우려해 총을 사용하지 않고 무장세력에 달려들었다가 근거리에서 총을 맞아 숨졌다.


문제는 구출된 프랑스인 두 명이 정부가 여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한 곳까지 들어갔다가 납치됐다는 점이다. 


이들이 들어간 곳은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사자, 하마 등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서아프리카 유명 관광지다. 201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지역은 프랑스 정부가 여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할 만큼 위험한 지역이다. 이 지역과 밀접한 부르키나파소 남서부는 테러집단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위험지대여서다. 우리 정부도 부르키나파소 남부를 여행자제지역으로, 북부를 철수권고지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프랑스 여론도 구출된 프랑스인들에 비판적이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에서는 구출된 프랑스인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해야 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활주로까지 직접 마중을 나와 이들을 맞이하는 자리에는 최종문 주프랑스대사도 함께 나가 우리 국민을 맞았다. 


최 대사는 이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감사와 애도의 뜻을 표했다.


외교부는 구출된 A 씨와 관련해 “피랍되었던 우리 국민은 장기간 여행 중이었으며, 여행 중 교민사회나 공관과의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종신고도 없었다”며 “프랑스군도 인질 구출 과정에서야 한국인과 미국인이 피랍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어 대외발표 전 곧바로 한국과 미국에 통보해 주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A 씨의 귀국과 관련해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적극 제공할 예정이며, 이번 납치 사고가 발생한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임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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