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4일 정계 복귀설과 관련해 "그런 의심은 당연한데, 제가 증명할 필요가 있나"고 반문한 뒤 "정치 하고 말고는 제 마음이다. 나중에 제가 하게 되면 욕하시라"고 밝혀 정계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 이사장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외부에서) 그렇게 논평하는 것은 그 상황이면 나는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저를 가지고 표현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제 인생을 살아간다는 태도로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에 사회자가 정계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접고 대권에 도전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례를 들자 "문 대통령은 정치를 안 하다가 처음 하신 것"이라며 "저는 이미 닳았다"고 말했다. 


그간 정계에 '가짜 은퇴' 또는 '기획 은퇴'가 많았다는 지적에는 "나쁜 일은 아니다"라며 "공자님도 불리하면 독 장사를 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고 반문했다. 유 이사장의 이날 발언은 기존의 '정색 및 극구 부인'에서 한발짝 물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갈수록 그의 언행에 무게가 실리고 있고,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그의 복귀를 바라는 여론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유 이사장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광주를 방문하면 '등을 돌리라'는 구체적 대응방법까지 제시하는 등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하지 못하는 '장외 전략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감히 그의 주장과 목소리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비평을 삼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는 유 이사장이 장외에서 이미 대권투어를 시작했다는 정황으로 봐야한다는 추측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철저하게 정계와 거리를 두다가 그의 등장을 바라는 여론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정계에 전격 입장했다. 이럴 경우 대권주자가 입게 될 정치적 상처가 최소화될 수 있다. 유 이사장도 '작가'로서의 지위를 맘껏 누리며 민주당에서도 부담스러워할 만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설파하고 있다. 이렇게 노마크 찬스로 공을 드리블하다 보면, 어느새 골대 앞에 제일 먼저 도착한 사람이 바로 유시민일 것이다. 야당도 이런 그의 전략을 감지했다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게 낫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대응하면 그의 몸값도 높여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유 이사장은 심재철 자유한국당과 1980년 합동수사본부 진술서와 관련해 공방을 벌인 점에 대해서는 "본인이 주관적으로 억울했나보다"라며 "서울역 집회를 오로지 심재철 책임인 것처럼 과대하게 비난하는 목소리도 많았고 한국당으로 간 것에 대해서도 배신자 프레임으로 비난받는데, 본인의 잘못 이상으로 누군가가 비난하다면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그 이유가 아니라면 (심재철의) 지금 행동이 해석이 안된다"며 "40년동안 고통받고 있으니 안쓰럽다. 그때 일이 (심재철에게) 굉장히 깊은 상처를 남겼고 트라우마가 됐구나 싶다"고 말했다. 사석에서 따로 만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굳이 그러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2주년 대담을 진행한 기자와 관련한 논란에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이 지켜야 될 라인이 있는데 살짝 삐끗했다"며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는데 기분이 어떠냐'는 질의가 제3자가 전달하면서 본인의 소회를 묻는 형식이었으면 괜찮았는데, 주관적 가치판단이 함께 개입된 형식으로 문장이 구성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중파 야구 중계는 객관적으로 해야 한다"고 비유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임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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