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이라고 불리는 전민근(37)·최성희(36)씨 부부의 실종사건을 다시 추적했다. 이날 방송에선 전씨의 옛 여자친구인 장모씨의 수상한 행적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은 지난 2016년 5월 부산 수영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신혼부부가 사라진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아파트 주변 CCTV등을 통해 부부의 동선을 확인했지만 부부가 집 앞으로 들어간 흔적만 있을 뿐 나간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10개월 만인 지난 3월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당시 경찰이 배포한 전단 내용엔 2016년 5월27일 오후 11시쯤 거주지인 부산 수영구 아파트에 귀가했고 전씨는 그 다음날인 28일 오전 3시30분에 귀가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2017년 2월 해당 사건을 다룬 적 있다. 당시 방송에서 아내 최씨는 5월27일 밤 귀가 후 목격자가 없는 반면 남편 전씨는 6월2일까지 가족과 연락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함께 일하는 지인에게 “일이 있어 해결하려면 한두 달, 아니면 더 걸릴 수 있다”고 하거나 아버지에게 “괜찮아요”라는 문자를 보냈었다. 때문에 전씨의 가족은 실종이 아닌 자발적 잠적이라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 전씨의 신원을 공개하는 것조차 꺼렸다.


그러나 3년간 전씨의 행적을 찾지 못한 가족들은 취재진에 연락했다. 이들은 부부의 실종사건과 한 여성이 관계가 있다는 의심했다. 이 여성은 전씨의 옛 연인으로 알려진 장 모 씨였다.


경찰도 부부가 실종되기 전 장씨가 한국에 입국했다가 실종 후 한국을 떠났다는 점을 수상히 여겨 오랫동안 추적해왔다. 장씨는 귀국 사실을 자신의 친정에 알리지도 않았으며 숙박 정보가 남지 않는 사우나, 찜질방 등에서 현금으로만 결제했다.


또 귀국 당시 구체적인 행적을 밝히라는 경찰의 서면질의에도 두루뭉술하게 답변했고 귀국 권유에도 응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를 요청했고 2017년 8월 노르웨이에서 체포됐다.


하지만 노르웨이 법원은 부부의 실종사건에 장씨가 연관돼 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범죄인 인도 기각 결정을 내렸다. 현재도 노르웨이에 체류 중인 장씨는 전씨와 연인관계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으며 부부의 실종사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억울해 했다.





18일 오후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실종 3년의 비밀 - 사라진 신혼부부와 노르웨이 여인 편이라는 제목으로 장씨를 수상한 행적을 추적했다. 지인들은 두 사람이 고등학교 때부터 만난 사이이며 전씨 부부가 결혼할 당시 협박까지 했다고 입을 모았다.


장씨의 전 남편도 “서울에 놀러가도 되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더니 알고 보니 전씨와 같이 놀러 갔더라. 아내가 자고 있을 때 전화를 보니 전씨와 연락한 흔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두 번째 결혼 후에도 전씨와 계속 연락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통화하는 걸 봤다. 민근이는 가만히 듣고 있고 수화기 너머로 소리치는 게 다 들렸다”고 했다. 지인들은 “전씨가 장씨에게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장씨가 이혼하게 된 것도 어린 딸을 잃은 것도 다 전씨 때문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장씨의 남편에게 전화했다. 장씨의 남편은 “상황에 대해 논의해봤는데 아는 게 없다고 하더라. 이런 전화 받고 싶지 않다. 앞으로 전화하고 찾는 행동은 하지 말라. 안 그러면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제작진은 전씨의 어머니와 함께 노르웨이로 향했다. 전씨의 어머니는 “장씨와 오랜 시간 딸과 엄마 같은 사이로 지냈기 때문에 손을 잡고 얘기하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며 “이 문제를 풀 사람은 장씨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씨의 어머니는 장씨의 집 문을 두드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고 장씨의 남편은 노르웨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제작진과 전씨 어머니에게 접근 금지명령을 내렸다. 장씨는 전씨 어머니가 건넨 쪽지마저 거부했다.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국내에서 찾아야 장씨를 노르웨이에서 데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혼부부 실종사건은 두 가지 정도의 경우의 수가 있다. 부부가 납치되었거나 자발적으로 연기처럼 사라질 가능성 등이 있다. 먼저 장씨가 만약 신혼부부의 납치나 감금 등에 관여했다면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단서나 제보가 1차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사건 당시 목격자나 실종 흔적이 전혀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사건현장에도 납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신분을 감추고 은둔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키우던 개나 차를 가져가지 않고 여권 등 필수품만 챙겨서 사라진 것은 본인들이 외국행을 염두에 두고 가장 필요한 물건만 챙겨나간 정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부모가 실종신고를 하며 공개수사를 하고 있고 사건의 파문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소한 그들이 생존해 있다는 신호 정도는 보냈어야 한다. 지금까지 전혀 '생활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점은 불길한 결말을 예감케 한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노르웨이 여인 장씨와 관련이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각별한 사이였던 두 사람과 결혼한 최정희씨 사이의 삼각관계 치정이 이번 사건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이번에 가장 밝히고 싶었던 것도 바로 장씨의 진술 여부였다. 그가 어떤 식으로든 해명을 하면 사건의 진실 규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씨는 전 남친의 어머니까지 먼 길을 가서 만날 것을 애원했지만 경찰을 불러 오히려 그 사람을 쫓아내버렸다. 이는, 이번 사건에 장씨가 어떤 식으로든 깊게 관여돼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강력하게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장씨가 여전히 전 남친이었던 전씨에 대한 원한이 깊기 때문에 그 어떤 협조도 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법무부가 노르웨이에 범죄인인도소송을 하면서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점이다. 충분한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소송부터 낸 점도 그렇고, 항소할 기간이 3일이나 있었지만 이를 놓쳤다는 점이다.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변명은 법무부가 한국인 2명의 생사가 걸린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 비쳐볼 때 너무도 무책임한 것이다. 소송 결과를 서면으로 받지 않더라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채널이 있기 때문이다.


한 방송사의 집중조명에 마지못해 소송을 낸 뒤 그 결과를 확인하지도 않고 그냥 넘겼다는 것은, 처음부터 법무부가 얼마나 이번 사건을 허술하게 다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람 2명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검찰이 뒤늦게 경찰과 협조체제를 구축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더 찾는다고 했다. 만약 이렇게 해도 추가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을 경우, 노르웨이 장씨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 한 이번 사건은 영구미제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장씨는, 노르웨이라는 먼 곳에서 살고 있으면 진실이 덮여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영원히 피해다니며 진술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밀은 언젠가는 꼭 드러나기 때문이다.



▲ 그것이 알고싶다팀이 찾아간 노르웨이의 장씨 모습 실루엣. 그는 자신이 친 어머니처럼 모시던 전민근씨의 어머니마저 매몰차게 외면했다.



임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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