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캡처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양정철 원장이 지난 21일 서훈 국정원장과 독대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양 원장은 "그 날 만찬은 독대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함께 한 사적인 모임이었다"고 밝혔으나, 야당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며 정보위원회 소집을 검토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양 원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다른 일행이 있는데 무슨 긴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겠냐"며 "원래 약속이 있었던 것이었고, 일과 이후의 삶까지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 너무하지 않냐"고 말했다.  


또한 야당이 정보위원회 소집해 국정원 보고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야당이 그렇게까지 모일 일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양 원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도 "한 매체가 저와 서훈 국정원장의 만찬 사실을 보도했다"며 "제가 고위 공직에 있는 것도 아니고 공익보도 대상도 아닌데 미행과 잠복 취재를 통해 일과 이후 삶까지 이토록 주시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양 원장은 "당사부터 전철 한 시간, 식당 잠복 서너 시간을 몰래 따라다니며 뭘 알고자 한 것이냐"며 "기자정신과 파파라치 황색 저널리즘은 다르다. 적당히 하면 좋겠다"고 했다. 국정원장과의 만남보다 언론의 취재 행태에 초점을 맞춘 비판이다. 


양 원장은 또 "당일 만찬은 독대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함께 한 만찬이었다"면서 "서 원장에게 모처럼 문자로 귀국인사를 드렸고 서 원장이 원래 잡혀있었고 저도 잘 아는 일행과의 모임에 같이 하자고 해 잡힌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은 선거에 개입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만약 이것(서훈 국정원장-양정철 원장 만남)이 총선과 관련된 것이라고 하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 구체적 내용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어 지금은 말할 수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대한민국 국가정보를 총괄하는 서훈 국정원장의 4시간의 독대 비밀회동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국정원장이 여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과 장시간 독대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치 개입의 의혹을 살 소지가 충분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혜훈 정보위원장은 정보위를 즉각 개최해서 사실관계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라며 "국정원의 총선 개입이 떠오르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터넷매체 <더팩트>는 이날 양 원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모처 한정식 식당에서 서 원장을 비밀리에 만나 4시간 독대 만찬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더팩트>는 "두 사람은 4시간가량 술을 곁들인 비밀 회동을 했고, 식당 입구로 나와서도 한동안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양 원장은 서 국정원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서 국정원장은 양 원장의 어깨를 토닥였다. 마지막으로 양 원장은 서 국정원장에게 90도로 깎듯하게 인사했다. 이후 서 국정원장이 먼저 식당 안팎에서 대기하던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사들과 함께 대기하던 고급 세단을 타고 자리를 떠났다. 직후 양 원장은 모범택시 타고 이동했다"라고 보도했다. 


또한 <더팩트>는 "국가 정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의 수장과 정당 싱크탱크 수장이 비공개 회동을 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총선 전략, 정책 수립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은 친문 핵심 인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장을 단독으로 만나 4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는 것은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을 예고할 사안으로 보인다"라는 촌평을 남겼다. 


임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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