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새누리당 친박들의 꼬장 승부수가 가관도 아니네요. 집권 여당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한 마당에 그 책임에서 누구보다 자유롭지 못한 세력이 바로 친박 아닐까요. 그런데 오히려 자기들끼리 박수 치고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이라는 이상한 모임을 출범시켰네요. 물타기의 진수를 보여주는군요. 대통령이 탄핵된 뒤 집권여당으로서 최소한의 책임도 다하지 않고, 오히려 정적인 비박계 축출에 나서고 있습니다. 탄핵 뒤 새누리당은 그 책임소재를 가릴 새도 없이, 친박의 저항 승부수에 밀려 책임론이 흐려지고 이상한 논점으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일단 친박의 전광석화 같은 대응이 돋보이긴 합니다. 정치는 타이밍인데 탄핵 뒤 친박이 침통해하며 책임소재 공방에서 밀릴 경우 친박은 영원히 당내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겠죠. ‘맞기 전에 먼저 때리자’는 대응전략이 일단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박계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이 판을 이끌고 있지만 누구도 강한 리더십을 가진 좌장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로기 직전에 몰린 친박에 카운터 펀치를 날렸어야 하는데 어물쩍 거리는 사이에 반격 기회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당의 ‘옥새’를 쥐고 있는 친박이 전국의 시도조직과 집권여당 프리미엄을 내세워 끝까지 당을 사수할 것으로보입니다.

▲ 사진:새누리당 홈페이지

친박의 강공에 비박계는 급해졌습니다. 아무리 나가라고 해도 나가지 않고 버티고 있으니 별 재간이 없겠죠. 오히려 비박계가 당을 박차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신당 창당을 위해 누가 총대를 메려 할까요? 돈도 들고 힘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김무성 대표도 실익 없는 신당 창당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김무성으로서는 친박을 쫓아내고 개헌상황이 오면 새누리당의 총리를 노릴 수도 있으니까요. 유승민으로서도 새누리당에 눌러 앉아 있다가 친박이 약해지면 대권주자로 설 수 있죠. 이래저래 신당 창당은 쉽지 않을 겁니다. 일단 신당 창당에 대한 메리트가 있어야 하는데 수권정당으로서 거듭나기까지 지난한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냥 있는 집에서 조금 수리해서 다시 신장개업 하는 게 훨씬 낫죠. 그런데 예상외로 친박이 옥쇄작전으로 버티고 있으니 난감해졌습니다.

▲ 사진:새누리당 홈페이지

하지만 친박은 당장의 수비에는 성공했겠지만 이게 과연 오래 갈까요? 대통령이 탄핵당한 마당에 아직도 눈을 부라리고 ‘헌법 준수’ 운운하는 이정현 대표를 보십시오. 적어도 상식이 있는 집단의 리더라면 의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해 일말의 책임을 느끼고 정치적 승부수(정계은퇴를 포함한)를 던져야 하지 않을까요. 이정현 대표의 처신은 당과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대통령, 그것도 탄핵을 당한 대통령의 내시가 되어 방귀 뀌고 더 크게 성을 내고 있는 꼴입니다.

친박의 전략은 뻔합니다. 죽어도 당을 나가선 안된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당의 재산과 인적 네트워크를 제 발로 차버릴 바보가 아닙니다. 그리고 보수의 ‘원조’라고 자부하며 흩어져 있는 우익성향 보수층을 끌어들이려 하겠죠. 단 한 명의 의원이 남더라도 끝까지 사수하겠죠. 보수정당의 뿌리는 바로 우리라고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이런 꼼수가 과연 통할까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지는 자세입니다. 탄핵 정국을 계파 갈등으로 물타기 하면서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위기를 어물쩍 넘기려 하겠죠. 하지만 보세요. 친박 가운데 그 누구 하나 대통령 탄핵에 대해 ‘참회’하거나 반성하는 의원이 있는지요.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아요. 방귀 뀐 놈이 온 나라를 오염시켜 놓고 오히려 큰 소리만 쳐대고 있고, 그것에 대해 누구 하나 참회하는 의원도 없는 당, 새누리당입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