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사생활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 ‘삼성동 자택에만 들어가면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하던 의원들의 넋두리에는 ‘감히 알 생각도 없다’는 뜻도 포함돼 있었다. 박 대표의 사생활은 신성불가침이었고, 감히 알려고 하면 불경스럽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당 출입기자들도 ‘장막’에 둘러싸여있던 그것도 ‘여성’ 대표의 사생활을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박근혜 대표의 자택공개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빅뉴스 중에서도 빅뉴스였다. 도대체 그 자택 안이 어떻기에 그렇게도 꽁꽁 싸매고 그러실까...



▲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재직 시절 박근혜 대통령



박 대표는 재직 시절 2번 정도 자택공개를 한 바 있다. 한나라당 부총재 시절이던 2002년 1월에 처음으로 공개됐고 그 뒤 2004년 7월에 당 대표 때도 한차례 공개한 바 있다. 잠시 당시 상황을 따라가 보자.

“박 대표는 이날 저녁식사에 앞서 기자들에게 집안 구석구석을 안내했다. 거실과 서재 등 곳곳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그림, 정계입문 전 자신이 수놓은 자수 작품, 박 전 대통령 부부와 찍은 가족사진 등이 걸려 있었다.

그는 서재를 보여주면서 민요 ‘아리랑’을 피아노로 연주하기도 했다. 집은 별채가 딸린 대지 120평, 건평 60평 정도의 2층 단독주택으로 1층은 거실, 2층은 서재와 침실로 이뤄져 있다. 마당에는 모과나무와 감나무가 있고, 옥잠화비비추 패랭이꽃 등을 기르고 있었다.”


집에 가본 기자들은 별세계라도 방문한 듯 신기한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서민적으로 소박하게 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의 자택은 신년 인사 등을 위해 수시로 공개돼 또 다른 정치의 장으로 주로 활용되는 데 비해 여성이었던 박 대표의 자택은 말 그대로 금줄이 쳐진 금단의 장소였다. 그런 신비감 때문인지 박 대표의 자택을 방문했던 기자들도 ‘의외로 소박하고 별로 다를 게 없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냥 믿고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최근 흘러나오는 박 대통령의 또 다른 사생활은 과연 그런 소박함이 기저에 깔려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최근 송영길 인천시장이 공개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생활은 듣기에 민망할 정도의 까다로움이 숨어 있다. 송 시장은 최근 “인천시장 시절에 박 대통령과의 국정간담회가 있었다. 대통령이 인천시청에 와서 오전에 시정보고를 듣고 점심을 시청에서 같이 먹은 뒤 오후에 민정시찰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청와대 측은 시청에 방문한 대통령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시장실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송 시장 역시 “당연히 그러시라”고 허락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졌다. 대통령 경호실에서 송 시장에게 황당한 주문을 한 것이다. 시장실의 변기를 뜯고 새 변기를 설치하겠다고 한 것. 송 시장은 “대통령이 써야한다며 기존에 쓰던 화장실 변기를 뜯어갔다”며 난데 없는 경호실의 돌발 행동에 깜짝 놀랐다고 고백했다. 그는 “내가 쓰던 변기는 못 쓰겠다 이거지”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최민희 전 의원은 이에 대해 “그래서 결국 변기를 새로 달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송 의원은 “내가 쓰던 변기를 뜯어가고 새 변기를 설치했다. 소독하고 쓰던지 깔개를 갖고 와서 덮고 쓰면 되지, 굳이 변기까지 뜯어갈 사안인가 싶었다”고 답했다.




▲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또 다른 일화도 있다. 2013년 11월 박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방문했을 때다.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이 투숙할 호텔 객실의 침대 매트리스를 청와대 주문에 맞춰 새것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 호텔에서 하룻밤만 지내면 됐다. 다음 날 오전에 영국 여왕이 보낸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가 2박3일을 그곳에서 묵게 돼 있었다. 호텔은 하이드 파크 건너편에 있는 5성급이었다. 하룻밤을 위해 침대 교체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또한 박 대통령측은 서울에서 온 것으로 욕실 샤워 꼭지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손잡이 부분을 눌러야 물이 나오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1박 동안 한두 번만 쓸 샤워 꼭지였다. 더욱이 객실에 조명등 두 개와 스크린 형태의 장막을 설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통령이 머리 손질과 화장을 하는 곳은 대낮처럼 밝아야 하며, 대통령이 거울 보는 곳의 뒤편에 흰 장막을 쳐 거울 속에 대통령의 모습이 비칠 때 다른 사물이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한 나라의 대통령에 관한 의전은 그 나라의 예우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초청받은 자의 요구에 따르는 게 맞다. 하지만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공개한 금단의 성 삼성동 자택이나 평소 올림머리만 고집하며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소탈한 이미지를 따라온 것을 떠올려 보면 왠지 박 대통령의 그 까탈스러움 뒤에 공주님의 은밀하고도 사치스러운 사생활이 숨겨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문득 의문이 간다. 차라리 ‘나는 원래 까다롭고 화려한 것을 좋아해요’라고 당당하게 선언하고 그것을 즐겼다면 어땠을까. 공주님이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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