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주류 친박계가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이라는 이름의 단체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할 때 그 공동대표 자리에 웬 뜬금없는 분이 한 사람 앉아 있었습니다. 바로 ‘피닉제’ 이인제 전 의원(68)인데요. 왜 피닉제냐구요? 불사조처럼 절대 안 죽는다는 말이죠. 이분은 1988년 제 13대 총선(통일민주당)에서 처음 금배지를 단 이래, 14대 총선(민주자유당), 16대 총선(새천년민주당), 17대 총선(자민련 국민중심당 민주당 중도통합민주당 통합민주당), 18대 총선(무소속 자유선진당), 19대 총선(선진통일당 새누리당)을 거친 6선 의원입니다. 20대 총선에서는 김종민 후보에게 패해 피닉제라는 이름이 무색해졌지만, 이번에 다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해 메가톤급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분 당명 변천사를 한번 보시죠~ 기네스북에 등재하겠다는 사람이 나올만 하지요? 그리고 피닉제 하면 역시 대선 출마 아니겠습니까? 15대 대선 때 신한국당 경선을 불복하고 탈당한 뒤 국민신당 후보로 나서 이회창 낙선의 1등 공신이 되었죠. 네, 역대 경선 불복의 산증인이십니다.



▲ 사진=SNS 캡처



바로 이 피닉제 이인제 전 의원이 침몰해가는 친박호를 구출해내겠다며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린 뒤 대선후보 경선에도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정말 정열의 정치인입니다. 이 분의 최근 발언 또한 일품입니다.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아들을 집에서 내쫓듯 혼내는 부모님의 마음에는 아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숨어있는 것”이라면서 “(새누리당이 국민들에게) 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해 박사모의 열렬한 환호를 받기도 했죠. 하지만 피닉제의 의견에 대해 “나는 이런 자식 둔 적 없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응, 버렸어”라고 내뱉는 네티즌도 있네요. 작가 유시민은 “식사할 때를 놓치면 전자레인지에 있는 식은 밥이라도 데워 먹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죠. 새누리당 대권밥상의 ‘식은 밥’이라는 거죠.


뭐, 숨 쉴 힘만 있어도 정치를 하겠다는 분인 것 같아 그 열정을 높이 평가합니다. 하지만 정치란 게 뭔가요? 국민의 마음과 기대를 대변해주는 사람 아닐까요? 그가 6선의 의회주의자라면 바로 그 의회의 탄핵을 받은 대통령이 속한 당, 그것도 직속계파원으로서 일말의 책임을 느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적반하장 새 모임에서 대선 주자로 나오겠다네요. 당명변경사를 쓸 종이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계속 정치를 하겠다는 피닉제 이인제 전 의원. 그대를 좀비정치의 달인으로 임명합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저작권자 © 피처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