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나경원을 싫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열릴 때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자신과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나경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일설에는 박 대통령이 사진 촬영을 할 때마다 나경원 후보 이름이 적힌 띠를 두른 사람들은 카메라 밖으로 슬쩍 밀어내 언론의 주목을 덜 받게 할 정도였다는 얘까지도 나돌았다. 박 대통령은 지원유세를 하면서 자당 후보를 홍보하기 위해 두르는 '어깨띠'를 단 한 차례도 두르지 않았고, 나경원 후보의 손을 잡고 만세를 외쳐달라는 취재진의 요구도 정중히 거절해 당시 논란이 된 바 있다. 물론 여기에는 친박-친이계 계파싸움의 후유증이 숨어 있다.
그 외에도, 왜 박근혜는 나경원을 그리 멀리했을까. 여기에는 여인들끼리의 미묘한 심리가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자를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통령 자신보다 자신을 더 드러내는 뉘앙스의 여성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기피했다는 얘기까지 있다. 예쁘고 공주님이 되고 싶어하는 여자들이 그 곁에 조금 미모가 떨어지는 친구들을 데리고 다니며 자기를 더욱 돋보이게 하려는 심리와 비슷한 경우라고 할까. 박 대통령 눈밖에 난 대표적인 인물이 L 의원, P 전 의원과 함께 나경원 의원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물론 박 대통령과 나경원 두 사람은 친박-친이계로 분류돼 정치적으로도 그리 코드가 맞지 않았다.
반면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은 지난 대선을 거치며 박 대통령에게 높은 점수를 땄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당에서는 조 장관이 박 대통령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가 애교도 잘 부리고 씩씩하게 대해 박 대통령이 총애한다는 얘기가 한창 나돌았다. 때로는 작은 선물(스카프 등)같은 것을 주며 주군을 감동시키기도 하는, 그야말로 싹싹한 참모였던 것이다.
다음은 조 장관의 센스를 보여주는 에피소드 한토막. 조 장관은 박 대통령이 봉사활동 유세를 위해 앞치마를 준비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박 대통령의 앞치마 색만 다른 색으로 준비, 대통령을 완벽하게 돋보이게 해 주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또한 조 장관은 박 대통령과 같이 카메라에 투샷으로 잡히는 프레임에 일절 들어오지 않고 항상 박 대통령의 옆이나 뒤 10~20미터 떨어진 곳에 서 있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수행 의전 노하우를 전수해준 사람이 바로 이정현 전 대표라는 설도 있다. 오랫동안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면서 그가 나름대로 익힌 생존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당 대표 초기 시절에는 자신과 밀착하는 참모진보다 멀찍이 떨어져 수행하는 참모진을 눈여겨본 뒤 수첩에 따로 메모를 해 놓을 정도로 참모들의 의전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는 설도 있다. 박 대통령은 참모진이 옆에서 나서서 튀는 것을 유난히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인물로 알려진다. 그런 점에서 조 장관은 박 대통령의 완벽한 신임을 받았고 정무수석과 문화체육부 장관 등을 거치며 대통령의 통큰 신임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경원의 경우 그를 접해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좀 차갑고, 가까이 가기가 어렵다'는 말을 할 정도로 자존심이 강하고 권위적인 편이다. 보스가 좋아하고 총애할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늘아래 두 개의 태양이 없듯이, 두 명의 여인이 서로 떠받들어 주기만을 기다린다면 어떻게 될까. 나 의원은 처음에는 박근혜 대표 곁에서 대변인도 지낼 만큼 가깝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두 사람은 멀어졌고 결국 나경원은 친이명박계로 분류됐다. 계파 간 코드 차이도 있지만 두 사람의 성격도 달라 더 사이가 벌어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박근혜의 참모 인선 기준이 어떤 것이었는지 두 여인의 사례를 통해서 유추해볼 수 있다. 여기서 나경원이 나은지, 조윤선이 나은지 따지는 건 아니다. 다만, 대통령 정도의 위치에 있는 초일류의 리더라면 자신의 입에 맛있는 것만 떠먹여 주는 참모보다 가끔 쓴 약도 주는, 그래서 그 약이 국가의 병을 치유하는 데 쓰일 수 있게 하는 참모라면 더 나은 게 아닐까.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