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의 헌재 변론 발언이 미묘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예인 전지현씨의 헬스 트레이너였던 윤 행정관은 지난 2014년 8월 필자가 근무했던 일요신문 지면을 통해 처음 알려지게 됐다. 필자의 후배이자 ‘피처링’의 에디터였던 김임수 기자가 당시 단독보도를 해 윤전추 행정관의 정체가 처음 드러났다. 김 기자는 처음 그의 호칭 또는 역할을 ‘대통령 몸매 관리’라고 적으려 했으나 너무 직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건강 주치의’라고이름 붙였는데 그게 한동안 ‘직함’으로 굳어지기도 했다.





당시에도 윤 행정관의 역할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3급 고위행정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그녀가 제 2부속비서관실에서 하는 일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당시 김 기자는 “청와대 부속실이 현직 대통령의 건강 및 몸매 관리를 위한 곳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는 부속실에 건강 주치의 개념의 현직 행정관을 둔 전례가 없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사실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실은 영부인 관련 수행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미혼인 박 대통령에게는 사실상 무의미한 부서였지만, 인수위 시절 박 대통령은 “소외된 계층을 살피는 민원 창구로 활용하겠다”면서 제2부속실을 존속시켰다. 문제는 이 자리에 개인 트레이너였더 윤전추 씨가 행정관으로 임명됐다는 것이다. 당시 야당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직 트레이너가 청와대 부속실에서 무슨 역할을 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윤전추 행정관이 대통령의 개인 트레이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정도의 추측을 할 뿐이었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윤전추 행정관 임명에는 법적, 윤리적 하자가 없으며 건강 주치의 개념으로 근무하고 있지도 않다”면서 전면 부인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부속실 비서에 남성 밖에 없고 유일한 여성이어서 쉽게 말하면박 대통령의 여비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지만, 역시 윤전추 행정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바로 이 정체불명의 ‘윤전추’가 대통령 탄핵 헌재 변론에 나온 것이다. 윤 행정관의 증언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가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근무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증언에 따라 4월 16일 잃어버린 7시간에 대한 유추도 가능할 전망이다.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1월 5일 헌법재판소 청사 1층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8시30분께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관저로 올라가 대통령과 함께 업무를 봤다”고 증언했다. 해당 업무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윤 행정관은 “정확히 어떤 업무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개인적 업무나 비공식 업무인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비교적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머리와 의상이 정돈된 상태였다고도 증언했다. 윤 행정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호출을 받고 관저로 올라갔을 때 대통령은 어느 정도 헤어와 메이크업이 정돈돼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에 소추위원측이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미용사들이 이미 출근했었냐고 질문하자 “미용사들은 오전에 오지 않고 오후에 왔다”고 말했다.


이는 해당 미용사들이 오전에 청와대로 출근했다는 인터뷰 기사와 모순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위증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윤 행정관은 “미용사들이 오전에 출근해 대통령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했다는 인터뷰 기사는 오보”라고 단언했다. 인터뷰 기사가 오보일 가능성도 있으나 만약 사실일 경우, 박 대통령은 오전에 헤어관리를 받은 뒤 무슨 이유에선지 머리가 흐트러져서 오후에 미용사를 다시 불러 급히 올림머리를 한 뒤 중대본으로 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윤 행정관은 세월호 침몰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서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을 만났다는 증언도 했다. 윤 행정관은 안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을 대면한 것을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 집무실을 가려면 제 사무실을 거쳐 가야 한다. 당시 문을 열고 있어서 알 수 있었다”고 답했다. 윤 행정관은 자신이 오전 8시 30분께 박 대통령의 호출로 관저에 가 ‘개인적 업무’ 혹은 ‘비공식적 업무’를 본 뒤 관저 내 자신의 사무실에서 대기했으며, 박 대통령이 오전 9시에 관저 내 집무실에 들어간뒤 오전 중에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또 자신은 세월호 침몰 뉴스를 보고 있었지만, 박 대통령의 시청 여부는 모른다고 기억했다.


그는 전 청와대 간호장교가 증언한 ‘의료용 가글’에 대해 “정확하지는 않지만 제가 오전 중 올려드린 뒤 인터폰으로말씀드린 것 같다. 세월호 참사 이전이나 이후에도 같은 일을 한 적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윤 행정관은 “당일 외부인은 헤어·미용 빼고는 부른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안다. 오후에 상황이 급변해 어떤 상황에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용사를 제가 모시고 와야 해 모시고 왔고, 모셔다드렸다”고 진술했다.





윤 행정관은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것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술했지만 조금이라도 불리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피해가 앞으로 그의 증언 신빙성에 대해 논란이 예상된다. 윤 행정관은 박 대통령이 수요일마다 공식일정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자신의 업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비공식적 업무라 말씀드릴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심지어 이영선 행정관과 청와대에서 같은 사무실을 썼느냐는 질문에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청와대에서 본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과 어디서 만났느냐는 질문에도 비밀이라 답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외부인을 차량에 태워 청와대로 동행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제 기억으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가 이후 “세월호 참사 당일 미용사를 모셔온 적이 있다”고 말을 바꾸는 등 진술이 오락가락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행정관의 이 같은 답변이 반복되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소추위원은 “증인의 증언 태도를 보면 알면서도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비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하기 불가능 하다고 하면 증인 신문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개 트레이너였던 윤 행정관이 3급 고위직에 깜짝 발탁한 배경에 대해 최순실씨의 영향력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윤 행정관은 호텔 헬스클럽에서 일하며 회원이었던 최씨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그가 청와대에 들어가 최씨와 박 대통령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며 ‘민감한 내용’까지 담당하는 개인비서 역할까지 겸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동안 꽁꽁 숨어있던 윤전추 행정관이 공개 변론을 통해 세월호 7시간 동안의 대통령 개인일정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에 대해 ‘대통령과 입맞추기’한 정황이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일단 대통령 관저에서 근무한 사람이 윤 행정관 등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날 직접 대통령을 본 사람이 윤 행정관이기 때문에 그의 진술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는 그가 어떤 진술을 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대통령 외에는 확인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이 입을 맞출 경우 7시간 행적 캐기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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