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친노와 비문간의 갈등이 점차 감정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에 뿌리깊게 박힌 친노 패권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에 대해 비문 대권주자들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작심한 듯 친노 패권주의자들의 행태에 대해 날선 비판을 퍼붓고 있다. 이들을 넘어서지 않고는 절대 민주당의 대권주자가 될 수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은 이번 ‘문자 폭탄’ 사태를 통해 그동안 적폐돼 있던 친노 패권주의의 문제점들과 정면대결을 벌일 태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월 7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비문계 의원 및 대선주자들을 향해 ‘문자 폭탄’을 퍼부은 데 대해, “이런 패권적 사당화로는 결코 우리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이러니까 패권주의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이러니까 외연이 확장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니까 비우호가 높아지고 반감이 늘고 고립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참 두려운 일, 참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것이 민주주의냐, 이것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공당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냐”고 반문했다.


특히 박 시장은 “특정인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촛불을 든 것이 아니다. 저를 포함 어떤 성역도 인정하지 않아야 제왕적 권력이 사라진다. 다양성이야 말로 우리가 바꾸고자 하는 국민권력시대의 핵심가치다. 특정인에 불리한 발언을 했다고 문자 폭탄을 받고 18원 후원을 보내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촛불을 든 것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개헌 보고서’를 문제삼은 일부 민주당 비문(비문재인) 의원들이 항의 문자폭탄을 받은데 대해 “당을 망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시장은 이날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 출연,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공격하고 때리고 내쫓고 나가라고 하면 정말로 하면 안된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는 이어 “당이라는 게 (서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시너지가 있는 것 아니냐. 똑같은 사람들끼리 모이면 시너지가 없다. 입장이 다르다고 어떻게 그런 식의 공격을 하느냐. 저는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어떤 정당이든 강경파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친노 패권주의라는 말까지 나오는 배경은 소위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았다고 자처하는 일종의 세력이 그 정신과 조금이라도 어긋난다고 할 때 그들을 배타시하고 적대시하는 것이 큰 문제다. 특히 그들이 말하는 ‘노무현 정신’의 기준이 상당히 자의적이고 주관적이라는 데 있다. 조금이라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그들의 눈 밖에 나는 것이고, 그 이후부터는 어떤 정치적 행위를 해도 친노 패권세력으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것이다.


이번 비문 주자들에 대한 ‘문자 폭탄’도 이런 연장선 상에 있다. 노무현의 첫 번째 정신은 통합이었다. 노무현이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그 돌파구로 만든 결사체의 이름도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였다. 민주당에 오랫동안 당직자로 일해 온 한 인사는 이에 대해 “정치적 노선이 다르다고 해서, 또는 그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부합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적’으로 규정하고 비열한 해꼬지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것이다. 그들한테 찍히면 절대 살아남지 못한다. 나도 많이 당했다. 치가 떨린다”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권에서 장관까지 지낸 한 고위직 인사도 이에 대해 “친노의 미움을 받거나 그들 눈 밖에 나게 되면 정말 사사로운 방법까지 동원해 상대를 물고 뜯는다. 논문 표절 의혹 같은 것도 그 중 한 방법이다. 사실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것도 언론플레이를 통해 일단 공개적으로 그 사실을 흘려 당사자를 기죽이고 몰아세운다. 주홍글씨를 그렇게 씌운 뒤 그때부터 집요하게 의혹을 사실인 양 SNS 등을 통해 상대를 죽이려 한다. 친노 패권주의의 덫에 걸리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친노 패권주의 같은 건 없다”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자신의 강경파 지지세력이 그들끼리 똘똘 뭉쳐 그를 지원사격하고, ‘적’들을 알아서 공격해주는 것마저 막을 수는 없다. 당연히 그들을 간접 지원할 수밖에 없다. 어떤 대권주자에게나 전통적 지지세력이 있다. 그들은 열정적이고 종교적 팬덤까지 결성할 정도로 지지자에 대한 충성심이 강고하다. 이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지지의 열정이 오롯이 그들의 ‘님’을 향하면 그만이지만, 그와 배척되는 상대까지 근거 없는 허위사실로 헐뜯고 무자비하게 공격을 퍼붓는 것은 마땅히 근절되어야 한다.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시장이 ‘친노 패권주의’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충성스런 지지층을 잘 알고 있다. 문제가 있어도 그것을 드러내놓고 고치려하지 않는다. 전통적 지지층이라는 가면을 쓰고 모든 대권주자들을 잠재적 적으로 규정하고 배타시하는 친노의 패권주의 성향을 알고도 눈감고 있다. 이를 과감하게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문재인은 결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냥 ‘친노’ 계파의 한 우두머리로 남을 뿐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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