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지나면서 대선후보들에 대한 지지율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야권에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여권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약진이 두드러져 보인다. 이 두 주자는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 속에 유이하게 지지율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안 지사는 야권 주자 중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0.6%포인트 뒤진 3위를 기록했지만, 야권후보 적합도에선 문재친 전 대표(25.9%)에 이어 10.3%로 2위를 차지했다. 이 시장은 9.1%, 안철수 전 대표는 8.7%였다. 안 지사는 국민의당, 바른정당 지지층에선 문 전 대표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았고, 40대 이상 연령층에선 이 시장보다 우위를 보였다. 안 지사가 중·장년층과 중도층의 표심을 공략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권에선 황 대행이 대권 출마 의사를 밝힌 적이 없지만, 5.4%의 지지를 받았다. 반 전 총장에 이어 여권 주자 중 2위다. 황 대행은 그러나 여권 후보 적합도에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9.1%)보다 뒤진 6.4%로 3위에 그쳤다. 50대 이상(20.9%), 보수층(17.6%)에서 높은 지지를 얻은 반면 20대(2.1%), 진보층(1.8%)에서 지지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특히 황 대행의 경우 반기문 전 총장이 행보를 하면 할수록 그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반기문 전 총장을 보수의 대표주자로 여기던 표심이 그에게서 이탈해 황교안 대행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표다. 반기문과 황교안의 지지율이 반비례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안 지사의 강점은 논리정연한 말솜씨와 비교적 유연한 정치적 스탠스에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촛불정국에서 초강세를 보였지만, 그 뒤의 차분해진 민심의 영향으로 지지율이 한풀 꺾인 반면, 안 지사는 촛불 때 이렇다할 주목을받지 못했지만 이 시장의 지지세력을 자신쪽으로 끌어오고 있다. 이 시장은 민심이 폭발했을 때 그것에 기름을 부어 지지세를 모았지만 촛불 폭풍 뒤의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를 보여주지 못해 신뢰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틈을 노려 안 지사는 차분하게 자신의 강점인 정책개발에 주력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는 지난 22일 전무후무한 5시간 동안의 ‘즉문즉답’ 대선출마로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설 연휴가 시작된 지난 27일 0시에 안 지사는 자신의 장점을 능력·신의·통합·합리·충효 등 5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서 소개하는 '안희정 소개어플'을 공개했으며, 설 연휴 직후에는 국가비전·정책방향 등 주제별 ‘즉문즉답’을 계획하고 있는 등 본격적인 경선·대선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무엇보다 뜬구름잡는 정치개혁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퍼레이드가 주목을 받고 있는 듯하다. 정치권에서는 안 지사가 차차기를 노릴 것이라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정작 본인은 그 사이 ‘차기’에 상당히 준비를 열심히 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최순실의 농단’에 따른 ‘무뇌 리더십’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지도자의 자질이 중요하다는 것에 기인하고 있다. 안 지사는 그 어떤 사안이 나와도 본인의 분명한 가치기준이 확립돼 있고 적확하고 분명한 용어로 상대를 설득시켜나가는 장점이 있다. 많은 독서가 수반되지 않으면 쌓일 수 없는 안 지사만의 내공이다. 


이런 점 때문에 안 지사는 젊은층은 물론이고 50대의 중도진보층으로부터도 점차 인정을 받는 분위기다. ‘말 뿐인’ 정치개혁이 아닌 실제로 새로운 방식의 정치·소통 방식 등을 선보이는 것에 대해 “신선하다”는 평가가 SNS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노사모를 중심으로 밑바닥 정서와 소통한 경험이 대선 승리의 중요한 발판이되었다면, 안 지사 또한 SNS를 적극 활용해 넷심을 주 타깃으로 공략하는 것이 국민전체와의 소통을 위한 첫 번째 통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안 지사의 두 번째 강점은 ‘탈 문재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문 전 대표는 현재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는 있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 필수적인 외연확장이 잘 되지 않고 있다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여전히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문재인의 단점을 안희정만이 넘어설 수 있다는 야권 일각의 시각이다. 최근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가 안희정에게 민주당 탈당을 권유했다는 루머가 흘러나온 것도 이런 점에 기인한다. 안희정이 탈당을 할 경우 ‘친노 패권주의’의 멍에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야권의 대표주자로 설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김종인은 그동안 친노 패권주의 폐해를 지적하며 문재인을 강하게 비난했었다. 





한편 보수 진영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모습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아직까지는 보수 대선주자 중에서 단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앞서고 있지만,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멈춘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이 그 빈자리를 빠르게 차고 들어가는 상황이다. 


특히 황 권한대행의 경우 대선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았음에도 대선 출마의사를 밝힌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등 보수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을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 진영 지지자들은 황 권한대행을 두고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국정 공백 상황에서 큰 일 없이 국정을 원활히 대행하고 있다는 것이 이미 차기 대통령 자질이 검증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점잖은 성품이 영남에서 호감으로도 작용하는 듯하다. 대통령 탄핵과 같은 비상사태에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주자를 대뜸 뽑았다가 또 다시 국정을 그르치느니 그동안 경험을 해본 사람이 그나마 현상유지라도 해 주기를 바라는, 어찌보면 국민들의 안쓰러운 정치걱정이 황교안이라는 괴물을 만들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황 권한대행은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황 권한대행 측은 “권한대행의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불출마 입장을 내비칠 경우 ‘3개월 짜리 총리’가 돼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지기에 현재로선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황 권한대행은 헌재 심판 이후까지 시간이 넉넉한 만큼 차후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며 출마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황교안으로서는 아쉬울 게 없다. 총리도 대안이 없어서 법무부장관에서 발탁되는 행운을 잡았고, 이제는 대통령 권한대행에서 대행자를 뗄 기회마저 엿보고 있는, 그야말로 천하의 관운을 맞고 있다. 과연 그가 문 여의주가 그를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궁금해진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저작권자 © 피처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