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기류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탄핵 기각설’ ‘탄핵 선고 연기설’ 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촛불 화력의 감소와 함께 그동안 흩어져 있던 보수층이 급격하게 결집하는 양상이다. 그동안 보수단체 탄핵 반대 집회에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만이 유일하게 참석했지만, 최근 들어 새누리당 일부 인사들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활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추가 증인을 신청하는 등 지연작전을 펼치는 것도 최근 달라진 보수진영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것이다. 보수층을 중심으로 ‘안티 문재인 정서’에 대한 루머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SNS 등을 통해 문재인 전 대표의 성씨를 트집 잡아 ‘안티 문재인’ 정서를 확산시키는 루머도 돌고 있다.





정치권에서 떠도는 ‘탄핵 기각설’은 “보수 성향의 재판관 두 명이 기각으로 심증을 굳혔고, 여권에서 기각 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최근 또 다른 재판관까지 설득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또 법조계에서는 “기각 심증을 굳혔거나 기각 쪽으로 돌아섰다는 재판관이 4명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실명과 함께 거론되고 있다. 기각설에 등장하는 재판관은 다르지만 기각설의 결론은 같다. 이들 재판관이 ‘탄핵을 결정할 정도로 실체 규명이 되지 않았다’는 논리를 형성, 이정미 재판관이 3월 중순쯤 퇴임하면 탄핵에 찬성하는 재판관이 5명 이하가 돼 기각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물론 헌재 심판의 공정성 보장 차원에서 기각설의 진실을 확인할 수 없다. 확인해서도 안 되는 재판관들의 심증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도 많다.


‘탄핵 연기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추가 증인 신청과 변호인 사퇴 등의 지연 전략을 펼치는 사이에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고, 후임자 인선이 늦어질 경우 선고가 3월 말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 발표 전에 헌재가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선고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특검의 수사 속도를 고려하면 4~5월은 돼야 선고가 날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런 기각설 연기설에 더해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도 강한 편으로 보인다. 탄핵 정국 초반, 청와대는 언론의 쓰나미에 떠밀려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지만 박 대통령의 최근 정규재 TV 인터뷰를 기점으로 대응 논리도 비교적 명확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23세부터 청와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고 현실정치도 1998년부터 시작한 프로 정치인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의해 움직인 ‘꼭두각시’라는 게 지금의 평가이긴 하지만, 박근혜를 둘러싼 보수기득권층의 조직적인 협력과 보호를 받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정치를 해 온 게 30년 이상이다. 옆에서 보고 들은 것만 해도 보통의 정치인은 아니다. 권력의 최정점도 찍은 사람이다. 수많은 정보와 고급 참모들이 아직도 살아 있다. 결코 그를 간단하게 보아선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문제를 자신의 개인 차원이 아닌 ‘국가’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결사항전으로 임할 것이다. 탄핵도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고 대선시계도 예전과 똑 같다. 오히려 문재인 전 대표가 마치 대통령이 된 것마냥(내가 대세론 맞습니다라는 발언) 오버하는 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보다 더 큰 문제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최근의 탄핵기각설 배경에는 대통령 탄핵이 박근혜 개인의 문제에서 보수기득권층에 대한 저항과 도전으로 아젠다가 치환되고 있다는 점이 깔려 있다. 결국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이번 대선으로 다시 드러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역대 대선에서, 특히 진보와 보수의 대선 싸움은 보수가 다소 우위에 있었다. 진보는 보수 일부와의 연대 없이는 집권이 불가능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나 보수층이 꿈꾸는 것은 탄핵 정국에서 대선 정국으로 옮겨갈 경우 상당히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고, 특히 대통령을 결정하는 선거에는 더욱 드라마틱한 변수가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의 여론조사만으로 ‘문재인 대세론’이 형성됐다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변수들이 남아있고, 또 앞으로도 나올 것이다. 수치 이상의 '정치적 의미'는 별로 없다고 본다.


새누리당 분위기는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과 기각될 가능성은 반반이다” “기각이 되면 대선은 다른 흐름으로 갈 수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공개적으로 탄핵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은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며 “탄핵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의원도 늘고 있다. 반대 집회에는 당초 김진태 의원 정도만 참석했었지만 최근에는 친박계 핵심인 조원진, 윤상현 의원과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문수 전 지사, 이인제 전 최고위원도 참석했다.


이런 일련의 변화 움직임은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여론이 점차 바뀌어 가고 있음을 정치인들이 먼저 반영하는 것이다. 동시에 아직은 살아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컨트롤 타워가 되어 탄핵 정국을 점점 깊숙이 진두지휘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방증이다. 야권은 다시한번 되새겨야 한다. 대선 승리는 적진의 실수에 따른 반사이익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혁과 통합으로 쟁취해야 한다는 것을.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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