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개인적으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행보에 상당히 관심이 많다. 탄핵정국이 낳은 최대의 변수는 바로 김종인 전 대표라고 본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지 않고 대선이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김종인 변수는 크게 없었을 것으로 본다. 김종인 전 대표는 연로한 데다 새누리당까지 오가며 구원투수 역할을 했기 때문에 문재인 전 대표가 총선에서 급한 마음에 부르기는 했지만 대선용까지 쓰기에는 부담도 있었을 것이고 용도도 애매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비상상황이 발생하면서 일각에서는 김종인의 연륜과 정치력이 더 빛을 발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측으로서도 이런 위기상황에서, 그나마 중심을 잡을 수 있고 중도와 보수까지 아우를 수 있는 김종인 카드가 탄핵 전보다 훨씬 그 용도가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최근 들어 일부 정치인들은 김종인 전 대표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경제 대통령으로 나서 달라는 내용이다. 김종인은 노회해서일일이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답장은 하지 않지만 감사합니다라며 일일이 응대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효용가치가 높아지면서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탈당설도 있고 국민의당 입당설도 있고 독자출마설도 있다. 김종인은 이에 대해 내 거취 문제는 확정된 게 아무 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입당설에 대해서는 갈 일이 없다며 명확하게 부정했지만 탈당설이나 독자출마설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독일 방문(217~19) 이후 그가 어떤 말을 할지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종인이 그의 단독출마설에 대해 명확하게 아니다라고 부인을 하지 않은 까닭은 본인 욕심도 있지만, 여전히 그가 문재인이나 안희정이나 둘 다 단독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도 보인다. 비례대표 5선의 노회한 정치 전문가가 볼 때 문재인-안희정 두 사람이 현재의 상황을 너무 낙관적이면서도 안일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정치권에 순식간에 퍼지면서 지난 211일 촛불집회 때는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시 숫자가 75만명에 육박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 탄핵 기각설의 최초 진원지가 바로 김종인 전 대표라는 주장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필자가 오늘 만난 정치권의 한 인사는 김 전 대표는 탄핵이 기정사실화 되던 몇 주 전 자신의 한 측근과의 만남에서 요즘 사람들이 탄핵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될 것으로 믿고 있는데 내가 볼 때 선고가 늦어지는 것도 그렇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너무 들떠 있는 것 같다라고 한마디 했다고 한다. 이를 들은 측근이 그 즉시 증권가 등의 지인들을 통해 이런 사실을 전파했고 이것이 곧 언론까지 흘러들어 순식간에 탄핵 기각설이 기사화되면서 논란이 되었던 것으로 안다. 김 전 대표와 잘 아는 사람을 통해 들은 얘기다라고 말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김 전 대표는 그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탄핵이 곧 되는 식으로 말하지만 나는 우리 정치가 순탄하게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탄핵이 확정돼야 당 경선을 하는 건데, 당과 특정 후보가 마치 내일모레 대선을 치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말했었다. 자신이 몇 주 전에 측근에게 했던 말과 맥이 닿는다. 탄핵 기각설의 진원지가 김종인이든 아니든 간에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민주당 대선후보인 문재인과 안희정 등이 판세를 너무 낙관적으로만 읽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김종인이 던진 그런 걱정이나 우려를 하는 언로가 민주당 내에서도 제대로 작동을 하고 있는지 여부다.


현재의 여론조사에 도취돼 탄핵을 기정사실화 하고 그에 맞는 선거전을 지금 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따져볼 때라는 게 김종인의 메시지인 것이다. 아직 탄핵 결정은 나지 않았지만 현재와 같이 민주당에 호의적인 상황일 때 과연 유력 대선주자들은 어떤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던져야 하는지, 그런 고민들을 하고는 있는지 자문해봐야 할 때다. 김종인이 탄핵 기각설 유포(?)의 단초를 던진 것이라면 그것은 일견 성공했다고 봐야 한다. 승리에 도취된 문재인과 안희정을 정신 차리도록 원격조종해 촛불집회에 참여케 했고, 어쨌든 촛불집회의 숫자도 75만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 승리는 단순하게 촛불집회 몇 번만으로 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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