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기) 대선의 최대 변수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필자는 문재인 대세론, 안희정과 이재명의 역전 가능성, 안철수의 반등, 마이너그룹의 본선 참가 여부 등 거의 모든 변수가 김종인 전 대표의 행보와 연결돼 있다고 본다. 김종인이라는 정치인 자체로 보면 지금까지 구시대 이미지에 당적도 자주 바뀌어 기회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는, 그리 어필하지 못하는 인물로 인식돼 왔다. 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하지만 그는 2012년 대선 때는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 2016년 총선 때는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나름대로 성과를 냈던, 실적위주로 따지면 현찰장사를 잘 하는 인물로 꼽힌다. 박근혜 후보 당선의 주요인이었던 좌클릭 행보에 많은 도움을 줬고, 문재인을 총선에서 심폐소생 시킨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가끔 예언을 잘 던져 ‘전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이 붙은 전원책 변호사는 필자의 생각보다 한발 더 앞서 나가고 있다. 최근 전원책은 jtbc <썰전> 프로그램에서 “김종인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김종인을 주축으로 ‘3년 개헌 대통령’ 설이 나온다. 이를 내세워 세력을 모으면 만만치 않을 수 있다”고 예언해 주목을 받았다. 김종인이 ‘킹메이커’에 그치지 않고 ‘킹’이 될 수도 있고, 또 그것에 도전할 의사가 있음을 예언한 것이다. 전 변호사는 이 예언 전에도 “(2월 9일 방송에서) 2주 후 더불어민주당 안에 작은 파동이 생길 것 같다. 예를 들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같은 사람은 우리나라 하나의 틀을 바꾸고 싶어한다. 그래서 개헌을 계속 주장해왔다. 그럼 누가 가장 유혹적으로 보이겠나. 바로 안희정 충남지사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이에 유시민은 “그렇다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잘못 생각하는 거다. 안희정 지사는 절대 탈당할 사람이 아니다. 이재명 시장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김종인 본인이 움직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그렇다. 유시민의 말대로 김종인은 본인이 움직이든지(탈당), 아니면 눌러앉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눌러 앉는다면 안희정 지지를 선언하고 거기에 올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방문 뒤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선언했던 김종인이 발표를 미루는 것은, 민주당 경선 구도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200만명이 신청해 60% 정도만 투표해도 120만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한 것이 된다. 말 그대로 ‘국민선거’가 된다면 안희정의 기적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현재 김종인이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일단 민주당 경선에서의 안희정 표 계산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김종인이 아직 움직이지 않는 것은, 바로 탈당 이후의 사전정지 작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니면 자신을 ‘대권주자’로 모셔갈 곳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김종인은 정의화 김무성 등과 공개회동을 가진 바 있다. 이는 개헌을 매개로 한 빅텐트 또는 스몰텐트 작업의 일환이다. 굳이 김종인이 회동을 공개한 것은 보수정당, 특히 바른정당에 보내는 시그널로 보인다. ‘내가 여차하면 그곳으로 갈 테니 준비하고 있으라’는 공개 메시지인 셈이다. 어찌 보면 공개 명령으로도 보인다. 현재 바른정당은 창당 때 20% 지지율에서 5% 지지율로 추락한 상태다. 유승민 남경필 대선후보도 여론조사 지지율 집계에 잡히지도 않을 정도로 초라한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을 제외하고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고 싶은 의원들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바른정당으로서는 마지막 승부수를 띠워야 한다. 김무성이 총대를 멜 것이다. 바른정당으로서는 김종인을 영입해 경선을 하든, 유승민 남경필을 주저앉히고 추대를 하든 결정을 내릴 것이다. 김종인으로서는 당연히 ‘추대’를 선호할 것이다.


김종인은 최근 정치권 여야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고 있다고 한다. 일단 김종인은 바른정당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그로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추대를 받아서 안정적으로 당에 안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기존 대권주자들이 반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종인이 최근 만나는 사람들에게 바른정당의 특정 대권주자를 비판적으로 말하는 것도 그가 김종인의 영입과 ‘추대’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인으로서는 바른정당의 경선에 참여할 경우, 그가 극도로 싫어하는 ‘몸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려고 한다. 김무성 등을 만난 것도 바른정당에 무혈입성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김무성으로부터 기존 대권주자들을 주저앉혀주겠다는 밀약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가 비판적인 한 대권주자는 김무성의 범위 밖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김무성의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김종인이 답답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회한 김종인으로서는 사전 정지작업이 바른정당 입당 전에 반드시 클리어되어야만 하는 입장인 셈이다.


그렇다면 김종인이 바라는 대선구도는 무엇일까. 일단 김종인은 중도층과 보수층 일부의 지지를 받을 경우 본인도 본선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종인을 이번 대선을 민주당의 문재인(안희정),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의 김종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황교안) 등의 4파전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은 확장성 한계로 25~30%에 그칠 것이고 안철수와 김종인이 단일화를 할 경우 3파전으로 줄어들고 ‘비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계산이다(어디까지나 김종인 입장에서 본 대선구도이므로 문빠, 안희정빠, 안철수빠 등등은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3파전이 되면 문재인에게도 좋은 구도일 리 없다. 호남에서 안철수와 표를 나눠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종인으로서는 안철수와의 단일화에도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같다.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드러난 재벌의 국정개입과 ‘농단’의 폐해성을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재벌에 대한 시각은 김종인이 이번 대선에 내놓을 아젠다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바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추진이다. 그는 평소 소신대로 '재벌 개혁을 안 하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재벌의 작동 시스템을 잘 알고 경제민주화를 오랫동안 연구한 그만이 그 개혁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현재 여타 주자들이 말하는 4차 산업혁명보다 재벌 개혁과 개헌에 따른 사회정치혁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재벌 관련 경제혁신을 경제전문가가 나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위기 악순환과 양극화 심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인의 대권 출마 여부는 19대 대통령 선거의 퍼즐을 푸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안철수 유승민 남경필 홍준표 등이 모두 ‘김종인’이라는 교차로를 한번은 지나게 돼 있다. 김종인으로서는 재벌의 폐해가 한꺼번에 드러난(그래서 이재용이 구속까지 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초유의 난세에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과연 그는 12척의 배가 있을까.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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