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은 지난 6월 20일 시진핑 중국 주석의 북한 방문에 즈음하여 작성한 것입니다. 그 뒤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회동이 있었습니다. 시진핑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관계와 양측 사이에 오간 대화 사이의 행간을 떠올리며 남북미 정상회동 장면을 비교해서 보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편집자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이설주가 시진핑 주석이 타고 오는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사뭇 진지한 두 사람의 모습이 이채롭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이설주가 시진핑 주석이 타고 오는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사뭇 진지한 두 사람의 모습이 이채롭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① ‘시황제 영접하듯’ 성대하고 깍듯하게

예상대로 성대했다.

2019년 6월 20일 낮 11시 45분. 중국 시진핑 주석이 탄 비행기가 평양 순안 공항에 내렸다. 김정은 위원장 내외를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총 출동했고 수십 만 명의 평양 시민들이 공항과 길거리에서 환영의 꽃술을 열정적으로 흔들었다. 평양 도심을 시진핑-김정은 두 사람이 무개차에 올라 퍼레이드 하는 장면은 문재인 대통령 방북 때와 유사하게 보였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혈맹’ 중국의 최고 지도자 시진핑 주석을 위해 각별한 환영 행사를 한 번 더 열었다. 그것도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 태양궁전 앞 광장을 처음으로 개방하는 성의까지 보이면서…. 물론 2인자 최룡해와 김재룡 등 북한 간부들도 도열해 눈앞에 선 시황제를 영접했다.

행사 후 김정은 위원장은 시 주석 숙소인 금수산 영빈관까지 동행해 시 주석을 방까지 직접 안내하고 숙소를 설명했다. 새로 신축한 금수산 영빈관을 최초로 시 주석 내외에게 제공하는 극진한 예우를 선보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금수산 영빈관에서 회담을 한 뒤 자신의 집무실인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 시 주석을 초청해, 당 정치국 성원들과 기념촬영도 했다.

무엇보다 압권은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집단체조 ‘불패의 사회주의’를 관람한 뒤 늦은 밤의 모습이다.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관람 직후 깜깜한 밤에 금수산 영빈관에 미리 도착해 시주석 부부가 탄 차를 영접한 것이다. 두 나라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장면은 북한 기록 영화 ‘사회주의 한길에서 변함없을 불패의 조중친선’을 통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북한 방송은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진심 어린 극진한 정에 감동을 금치 못해하면서 비록 길지 않은 하루였지만 조선 인민에 대한 지울 수 없는 훌륭한 인상을 받아 안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중국CCTV)
(사진=중국 신화망)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첫째 날 의장대 사열과 광장 환영행사와 정상회담, 목란관 환영만찬, 집단체조 관람에 이어 둘째 날 중국군의 6·25전쟁 참전을 기념해 만든 북중 우의탑 참배, 금수산 영빈관 산책 후 오찬 및 개별 환담을 갖고 오후 3시쯤 순안공항에서 베이징 귀국길에 올랐다. 모두 27시간 동안 (물론 수면시간은 빼고) 김정은 위원장과 밀착 행보를 과시했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동선 하나 하나를 일일이 챙기며 시 주석을 극진히 환대했다.

14년 만에 평양을 찾은 ‘혈맹’ 중국 최고 지도자를 위한, 말 그대로 파격적인 황제급 예우였다.

② 中 ‘일대일로’ 담당 경제 총사령관 동행 이유는?

시진핑 주석은 2015년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때 축전을 보내 ‘조선식 사회주의’ 건설 과정에서 더 큰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 적이 있다. 당시 축전은 김정은 치하에서 북한이 경제 발전을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하면서 북한이 중국식 경제개발 노선을 밟기를 은근히 권유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시 주석은 이번 평양 방문에서 북한 경제 개발과 대북 지원에 대한 의도를 좀 더 분명하게 보여줬다. 함께 평양에 간 수행원의 면면을 통해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사람은 중국 경제 정책의 사령탑으로 불리는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이다. 발전개혁위원회는 경제현안을 조정하고 사회발전 전략을 총괄하는 데 그 조직의 수장을 대동한 것이다.

허리펑 주임은 시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2019년 3월 이탈리아와 ‘일대일로 양해각서’를 체결할 때 중국을 대표해 직접 서명하기도 했다. 허리펑의 평양 동행은 북·중 경제협력의 큰 틀을 짜는 방안이 논의될 거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물론 중산 상무부장과 먀오화 정치공작부 주임 등 경제와 군사 분야의 장관급 고위 관료가 동행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북중 회담에 “경제와 군 관련 인사가 배석한 것으로 볼 때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 틀 안에서 민생 지원에 초점을 두고 논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특히 중산 상무부장이 참석한 것으로 볼 때 대북 관광 요건을 완화해주고, 예술 등 문화교류를 장려해 우회적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지융 푸단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이번 방문의 핵심 주제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북한을 포함하고 비핵화와 경제발전에 집중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사진=중국CCTV)
(사진=중국CCTV)

 

 

③ “북-중, 대미 공동전선에 함께 서다”

14년 만의 중국 최고 지도자의 평양행은 최초의 국빈방문으로 진행됐다. 김정은은 최고의 예우로 맞이했고, 시진핑은 경제·군사 참모를 총동원해 북한에 대한 적극 지원을 시사했다. 무엇보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다 홍콩 시위로 머리가 아픈 시진핑이 북한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세계적 관심사로 부각된 한반도 현안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시진핑 주석은 “전통적 우의를 공고히 한 이번 방문에서 양국 관계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했으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과 지역의 영구적 안정 실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줬다"고 밝혔다. 특히 시 주석은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 북한의 사회주의 사업과 북한의 새로운 전략 노선,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 한반도의 영구적 안정을 실현하려는 모든 노력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의 든든한 뒷배가 바로 중국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중 우의의 역사는 유구하고 기초가 튼튼해 한 가족처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면서 “시 주석과 함께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에서 북·중 우호 관계를 계승 발전시켜 빛나는 미래를 계속 쓰고 싶다”고 화답했다.

전통적 우의를 강조하며 밀착행보를 보인 북한과 중국.

무역전쟁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격화되고 있고,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은 여전히 국제정치의 주요 현안인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의 이해관계는 일치하며, 북중 두 나라의 대미 공동전선이 이번에 확인됐다”는 일본 조선신보의 분석은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무엇보다 조선신보가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신문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시 주석의 방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3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와 관련한 용단을 촉구하는 외교적 공세의 일환”이라고 규정한 점은 북한이 미국에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라는 분석도 가능해진다.

북중 밀착 행보를 바라본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수는 무엇일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G20 외교전과 트럼프의 한국 방문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공교롭게도 시진핑의 북한 방문이 있고 10여일 뒤 트럼프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트럼프의 대응 수는 예상보다 빠르고 극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김연/통일전문기자(북한학 박사)

김연 통일전문기자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10여년동안 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를 취재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관련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인동의 시절에 꽃피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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