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앞에 솔직하다 못한 태도' 비판 제기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캡처)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캡처)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거짓 해명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윤 후보자는 경찰 수사를 받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준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밝혀 왔지만, 이날 청문회 도중 “변호사에게 ‘윤우진 서장을 만나 보라’고 말했다”는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윤 후보자는 “결국 변호사가 선임되지 않았고 사건에 관여한 건 아니다”고 강조했으나 청문위원들은 국민 앞에 솔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자의 청문회가 ‘차수 변경’ 뒤 계속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는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보도 내용이 영상으로 재생됐다. 8일 오후 11시40분 뉴스타파는 윤 후보자가 2012년 12월 초 윤 전 세무서장에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사 출신 변호사를 직접 소개했다고 설명하는 전화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윤 전 세무서장은 윤 후보자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형이다. 윤 후보자가 윤 전 세무서장에게 변호인을 소개했다는 의혹은 청문회 이전부터 제기돼온 것이었다.

녹음 파일은 윤 전 세무서장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와 윤 후보자 사이의 전화통화 내용이었다. 녹음 파일 속에서 윤 후보자는 기자에게 “내가 중수부 연구관 하다가 막 나간 이남석(변호사)이 보고 ‘일단 네가 대진이한테는 얘기하지 말고, 대진이 한참 일하니까, 형 문제 가지고 괜히 머리 쓰면 안되니까, 네가 그러면 윤우진 서장 한번 만나봐라’(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이남석이한테 (윤우진 전 세무서장에게) 문자를 넣어주라고 그랬다. ‘윤석열 부장이 보낸 이남석입니다’ 이렇게 문자를 넣어서 하면 너한테 전화가 올 거다. 그러면 만나서 한 번 얘기를 들어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는 윤 후보자가 지난 8일 인사청문회에서 “소개한 적이 없다”고 말한 내용과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후보자는 윤 전 세무서장 사건에 관여한 적이 없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답했었다. 하지만 녹음 파일 속에서는 윤 후보자가 윤 전 세무서장이 입원한 병원에 찾아가 경찰 수사를 받는 분위기에 대해 대화한 일이 드러났다. 이때 윤 후보자는 “‘아, 대진이(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가 이철규(전 경기경찰청장)를 집어넣었다고 얘들(경찰)이 지금 형(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을 걸은 거구나’하는 생각이 딱 스치더라고”라고 말했다.

자정을 넘겨 9일 시작된 ‘재보충질의’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윤 후보자에게 “본인 목소리가 맞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자는 “맞다”며 “아마 저렇게 말을 하기는 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그러면서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문제되는 것은 변호사를 선임시켜주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변호사의 이름을 말하긴 했지만 결국 선임되지 않았고, 따라서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해명이었다.

하지만 ‘소개’와 ‘선임’을 동일시하는 해명은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마저 윤 후보자를 향해 “기억이 다 정확한 건 아니다”면서도 “(공개된) 녹취와 아까 말씀하신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진술이 된 것에 대해서는 야당 의원님들께 사과하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은 아예 “내가 잘못 들은 것이냐” “우롱당한 느낌”이라고 했다. 오 의원은 “윤우진 사건과 전혀 무관한 듯이 청문회에 임했지만, 병원에 찾아가서 변호사를 소개하고, (이 변호사에게) 문자도 보내라고 직접 얘길 하셨다”며 “정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윤 후보자는 “변호사 선임에는 관여한 바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도덕적으로 공직자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려면, 아는 사람에게 형사 문제가 생겼을 때 변호사한테 ‘가서 얘기나 들어줘 봐라’ 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변호사가 선임돼야 ‘알선’으로 칭할 수 있고 문제가 된다는 항변이었다. 윤 후보자는 “기자에게 ‘팩트’대로 이야기 안 했을 가능성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윤대진 검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팩트가 아닐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자정을 넘겨 윤 후보자의 답변이 녹음 파일과 다르다는 논란이 일자 일부 청문위원은 “청문회를 이대로 끝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간사 3인의 협의를 거친 끝에 청문회는 산회했다. 윤 후보자가 10일 오후 6시까지 시력 굴절도 검사 자료, 본인 재산 자료를 추가 제출하는 조건이었다. 윤 후보자는 최종 진술에서 “검찰총장의 소임을 맡게 된다면 국민과 함께 하는 검찰로 거듭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 후보자의 거짓 해명 논란에 위증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은 청문회 대상자인 공직후보자가 거짓진술을 해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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