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75명의 일본 사회지도층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며 사이트에 올린 성명. (자료=서명운동 사이트 캡처)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75명의 일본 사회지도층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며 사이트에 올린 성명. (자료=서명운동 사이트 캡처)

 

일본의 학자,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은 중요한 이웃”이라고 강조하며 아베 정권이 한국을 배척하는 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우치다 마사토시(內田雅敏) 변호사, 오카다 다카시(岡田充) 교도통신 객원논설위원, 다나카 히로시(田中宏) 히토쓰바시(一橋)대학 명예교수 등 75명의 사회지도층은 지난 25일부터 인터넷 사이트(https://peace3appeal.jimdo.com)를 개설해 수출규제 철회 촉구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개설한 사이트에는 ‘한국은 적인가’라는 제목으로 성명이 올라와있다. 이 성명은 다음 달 15일을 1차 기한으로 두고 서명자를 모집하고 있다. 서명을 제안한 사람 중에는 대학교수와 변호사 외에도 시민단체 활동가, 언론인, 전직 외교관, 의사, 작가 등이 포함돼 다양하다.
 

지난해 11월 12일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 활동가와 강제징용 소송 피해자측 변호인이 도쿄 신일철주금 본사를 방문해 한국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요청서를 전달하는 모습. (사진=SBS 뉴스 캡처)
지난해 11월 12일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 활동가와 강제징용 소송 피해자측 변호인이 도쿄 신일철주금 본사를 방문해 한국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요청서를 전달하는 모습. (사진=SBS 뉴스 캡처)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사회지도층은 성명에서 “반도체 제조가 한국 경제에 갖는 중요한 의의를 생각하면 이번 조치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적대적인 행위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이 나라(한국)를 침략해 식민지 지배를 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한국과 대립하더라도 특별하고 신중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한국 정부가) 일본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보인다면 (한국의) 어떤 정권도 국민에게서 내팽개쳐질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이러한 배경을 설명하며 현재 일본 정부가 취하고 있는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올해 초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며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과시했다”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문재인 대통령만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치 한국이 ‘적’인 것처럼 다루는 조치를 하고 있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잘못”이라며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조로 해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구축하고 있는 중요한 이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그간 일본이 은혜를 받아온 자유무역의 원칙에 반하는 사실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또 이 같은 조치가 한국에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일본 경제에도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보통 올림픽의 주최국은 주변국과의 갈등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일본은 주최국 자신이 주변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명은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맺음으로써 과거사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말하는 것이 사실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들은 “한일 청구권협정은 양국 관계의 기초로 존재하고 있는 만큼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아베 정권이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해결이 끝났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일본 정부가 부정하는 ‘개인에 의한 보상청구권’을 기존의 일본 정부는 인정해왔다며 현재 아베 정부의 태도가 기존의 일본 정부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성명은 “일본 정부는 그간 일관되게 개인에 의한 보상청구권을 부정하지 않아 왔다”며 “일본 정부는 (한일청구권 협정 체결 후) 반세기 간 사할린의 잔류 한국인 귀국 지원, 피폭 한국인 지원 등 식민지 지배로 인한 개인의 피해에 대한 보상을 갈음할 조치를 해왔다”고 말했다.

성명은 현재 일본에서 부는 한류 바람을 언급하며 한국과 일본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임을 강조했다. “일본에서 BTS의 인기는 압도적이며 (연간) 300만명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여행하고 700만명이 한국에서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며 “인터넷 우익 등이 아무리 외쳐도 일본과 한국은 중요한 이웃국가로 서로 떨어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한국 국민과 일본 국민의 사이를 갈라놓고 양국 국민을 대립시키려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며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즉시 철회하고 한국 정부와 냉정한 대화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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