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발 벗고 나선 해외 자원봉사자가 숙식은 물론 교통 등 모든 체류비를 자비로 내야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인터넷이 들끓고 있다. 일본 네티즌들조차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노예를 뽑나’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논란은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타쿠마’라는 일본인 사업가가 지난 20일 올린 트위터에서 시작됐다. 그는 “알고 지내는 인도네시아 여성이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에 지원해 선정됐다”면서 “하지만 ‘대회 개최 3주전에 현지에 도착하라, 체재비 등 수당은 전혀 없다, 숙소를 미리 잡아라’ 등으로 모두 자비 부담이라는 통보를 받아 꽤 실망했다”고 적었다.

타쿠마씨는 또 “그 여성은 아시안게임에서도 자원봉사를 했는데 그때는 파견사원에 가까운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그것이 일반적인 것”이라면서 “‘정상을 위해서 아래가 무리하게 헌신한다’는 일본의 스타일이 이번엔 세계인들을 향해 이뤄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타쿠마씨의 글은 오른 지 일주일 만에 1만7500여회 좋아요를 얻고 1만7200여회 리트윗됐다.

 


많은 네티즌들이 자원봉사자에 대한 무지원 정책을 성토했다.

“유엔에서 자원봉사를 하면 보상이 나온다. 의용병도 보상은 기본적으로 나온다.”
“일본에서 자원봉사자는 무전(無錢)노동자다. 전 세계적으로 부끄럽게 됐다.”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노예네요.”

“그러면 해외자원봉사자가 없겠군요. 일본 올림픽위원회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2020년 도쿄올림픽은 한여름에 열려서 선수들도 관객들도 자원봉사자들도 열사병으로 속출하는 최악의 대회가 될 겁니다.”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입니다. 적어도 숙박시설은 갖춰져야죠. 안 그러면 노숙하란 겁니까.”
“일본의 수치군요. 능력을 착취하면서 대가는 주지 않는다? 어떻게 생활비조차 부담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죠?”

“직접 숙소를 잡고 밥도 준비하고. 이것이 도쿄도의 방법!”
“착취시스템이네요. 이건 일본식이죠. 한심하네요.”
“본업은 무보수라도 교통비나 숙박은 제공해야죠.”

“동일본대지진 이후 자원봉사로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어도 자기책임이라더군요. 알아서 돌아가라고 하던데 귀가 도중 구토해서 바이러스 퍼뜨려도 내 책임일까요?”
“봉사도 좋지만 보람이 밥 먹여 주진 않는다. 밥을 먹지 않으면 사람을 일 할 수 없다.”

한 일본 네티즌은 해외에서 온 자원봉사자가 묵는 최저 비용이 얼마인지 계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총 38박을 해야 하는데 잠만 잘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제공하는 캡슐 호텔을 이용해도 대략 580만원이 든다고 한다. 2020년 7월의 일본 도쿄 비즈니스 호텔 1박 비용은 6만7000엔(73만여원), 캡슐 호텔의 1박 비용은 1만4000엔(15만2500여원) 등으로 예상됐다.

“올림픽은 2020년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열립니다. 3주 전에 들어가야 한다면 체류 기간은 38박이네요. 캡슐 호텔에만 묵어도 숙박비가 53만2000엔(578만4500여원)입니다. 나라면 안 갑니다.”


사실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의 무보수 논란은 예견된 일이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이하 위원회)는 2016년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내면서 모두 자비 부담이라고 알려 빈축을 샀다.

위원회는 18세 이상 일본인 또는 장기체류비자 소지자를 기본 조건으로 내걸고 자원봉사자 연수를 시작으로 올림픽·스포츠 경기에 대한 지식 및 자원봉사 경험과 외국어 능력 등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요구했다. 또 1일 8시간씩 10일 이상 봉사해야 하며 대회성공을 위해 열정을 가지고 끝까지 역할을 완수해줄 것을 바랐다.

반면 교통비와 숙박비 등 모든 비용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도쿄 시민이 아니라면 자원봉사자로 선정됐어도 경제적 사정 때문에 참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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