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30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30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은 30일 "약속된 일정대로 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기에 강 수석은 자유한국당의 청문회 연기 요구를 일축하며, 정해진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를 밝혀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임명 강행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은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20일 이내에 후보자에 대한 청문 절차를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는 데 실패할 경우, 대통령은 추가로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이마저도 성사되지 못하게 되면, 대통령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이러한 법적 절차를 모두 밟고 나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뒤 국회가 법적 시한 안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을 경우, 예외 없이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고, 재송부 기한이 끝나면 후보자들을 임명해왔다. 

'법적 절차'대로 하겠다는 강 수석의 발언이 임명 강행 수순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다만, 조국 후보자의 경우에는 여타 후보자와는 달리 인사청문회 자체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정부 출범 뒤, 인사청문회 대상자 중 청문회 절차를 밟지 않고 임명된 사례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유일하다. 

하지만 조 선관위원은 국무위원이 아닐 뿐더러, 조국 후보자와는 국민적 관심도에 차이가 있어 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따르는 정치적 부담감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에 강 수석은 30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조국 후보자에게 '소명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국민 청문회'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설명도 국회 청문절차 없이 임명을 강행할 때 따르는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또 야당의 청문회 일정 연기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강 수석의 단호한 의지도 임명 강행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조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여파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취임 뒤 처음으로 50%를 돌파한 상황이다. 

청와대는 현 국면을 봉합하고 일본의 경제보복과 같은 중대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에 개각을 속전속결로 마무리 짓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문 대통령은 재송부 시한을 9월 초로 짧게 제시한 뒤 국민 청문회 등을 통해 후보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고 추석 연휴 전에 임명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직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여부가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강기정 수석은 "임명 여부에 대해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현 상황에서 실제 임명을 할지 말지는 임명권자인 대통령 이외에는 누구도 알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여권에서도 변화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예전처럼 무조건 조국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여권은 '사법개혁의 상징'으로 불리는 조국 후보자를 지키기에 사활을 걸어왔지만 조 후보자가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된 마당에 이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해소되지 않은 채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은 또다시 얼어붙을 수밖에 없고, 국회의 원활한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워져 국정동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국민청문회 등 수순을 밟고 후보자의 소명을 들어본 뒤 국민여론을 지켜 본 뒤에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떤 방식으로든 조국 후보자가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에 소명할 수 있는 기회는 주되, 여론 추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일단 '법대로'를 외치며 조국 후보자 임명 강행을 원칙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대 여론이 높기는 하지만 여권 지지층의 단단한 단결력이 임명 후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조국 일병 구하기'가 최대의 악수로 작용할 수 있다. 청와대가 굳건히 버티는 콘크리트 지지층을 보고 가느냐, 아니면 집권 후반기를 맞아 반대세력도 포용하는 정치로 가느냐의 중대 갈림길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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