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배려하는 마음…마스크 39장 놓고 간 노점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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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배려하는 마음…마스크 39장 놓고 간 노점할머니
  • 최우리 기자
  • 승인 2020.03.18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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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미상의 70대 할머니가 주고 간 마스크와 현금 다발. (사진=울산지방경찰청)
신원 미상의 70대 할머니가 주고 간 마스크와 현금 다발. (사진=울산지방경찰청)

 

 

지난 16일 오후 4시께 울산 남부경찰서 정문 초소에 백발의 할머니가 찾아왔다. 오른손에는 검정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이 할머니는 "서장님께 전달해 달라"며 의경에게 비닐봉지를 건넸다. 의경은 할머니 신원과 봉지 안 내용물을 물어봤지만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좋은 일에 써 달라"는 말만 남기고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봉지 안에는 할머니가 직접 쓴 편지와 함께 KF94·KF80 마스크 39장과 현금 100만원이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저는 신정3동 기초수급자 70대 노점상인입니다. 대구 어려운 분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이 성금을 보냅니다. 대구분들 힘냈으면 합니다"라고 썼다.

할머니가 준 마스크에는 '울산시 남구청' 마크가 찍혀 있었다. 구청이 취약계층을 위해 배포한 마스크를 하나둘 모은 것으로 보였다. 현금도 노점상을 하면서 어렵게 모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마스크와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대구시에 지정 기탁할 예정이다.
 

김서희 양(9)이 양천구청에 마스크를 구하는 데 써 달라며 보내온 돼지저금통과 손편지.
김서희 양(9)이 양천구청에 마스크를 구하는 데 써 달라며 보내온 돼지저금통과 손편지.

 

 

지난 3월 17일 서울 양천구청에는 A4용지 박스로 포장된 소포 하나가 도착했다. 이 박스에는 돼지저금통과 함께 손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발신인은 양천구 강월초등학교 예비 3학년 김서희 양(9)이었다. 서희 양이 손수 양천구청장에게 적은 이 편지에는 "코로나 때문에 많은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들이 힘써주시는 모습을 뉴스에서 봤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진짜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에게 마스크를 선물하고 싶지만 살 수 없어 8세 때부터 모은 용돈을 보내드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돼지저금통에는 서희 양이 모은 동전과 지폐가 가득 담겨 있었다. 7만8440원이었다. 서희 양 어머니 김수진 씨(37)는 "아이와 함께 TV를 보다가 또래 중 형편이 어려워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며 "뉴스를 본 뒤 서희가 돼지저금통을 기부하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서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향한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유치원생 어린이부터 70·80대 노인까지 시민들이 건네는 온정의 손길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런 기부 행렬에는 취약계층인 본인 몫으로 돌아온 마스크를 '더 필요한 사람에게 써 달라'며 양보하는 사례가 있어 감동을 준다. 16일 오후 1시 35분께 울산 중부서 농소1파출소에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어린이 2명이 찾아와 마스크 20장과 편지를 전달한 뒤 사라졌다.

편지에는 "마스크를 끼고 코로나가 안 걸리길 바랍니다. 약사님도 코로나를 낫게 하는 약을 만들기 바랄게요"라고 쓰여 있었다.17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민센터에는 해당 동에서 통장을 맡고 있는 김태희 씨(38)가 찾아와 100만원이 담긴 봉투와 손편지를 전달했다.

분홍색 손편지에는 "어릴 적 IMF 때는 금 모으기를 어른들께서 하셨다고 하시는데 제가 커서 지금은 마음을 모아야 할 것 같아서 드려봅니다"라고 써 있었다. 김씨는 "호프집을 하는 친한 언니나 보리밥집 사장님 등 상인들이 손님을 한 테이블도 받지 못해 문을 닫고 있다"며 "큰돈은 아니지만 상인분들과 취약계층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에는 한 아버지와 아들이 울산 울주군 삼남면사무소를 찾아 돼지저금통 2개와 면 마스크 50장을 놓고 사라졌다. 아버지가 모은 저금통에서는 6만4300원, 아들이 모은 저금통에서는 1만7680원이 나왔다. 아들이 남긴 쪽지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그린 그림과 함께 "꼭 필요한 아이들에게 나눠 주세요"란 삐뚤빼뚤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전례없는 고통과 공포를 느끼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하지만 위기 때마다 빛나는 한국인 특유의 연대의식으로 코로나19의 위기를 한고비씩 넘고 있다. 한 할머니의 마스크 39장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함께할 것이다.